문종철(사진)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 연구위원은 21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른 우리 통상여건의 변화에 대해 이 같이 전망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견제는 이미 미국 전체의 컨센서스”라며 “중국과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보다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을 비롯해 인준 청문회 무대에 오른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 등은 중국 때리기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블링컨 지명자는 미국의 가장 중대한 도전 과제가 중국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미국 내 모든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DNI의 헤인스 지명자도 정보·무역 분야에서만큼은 중국은 확실한 미국의 적이라고 했다. 옐런 지명자는 중국을 겨냥해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관행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반도체·5G 등 다양한 첨단기술에 대한 원천기술을 보유한 만큼 미국의 대중 수출규제는 우리 기업들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문 연구위원은 “미국 기술이 없는 첨단제품은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미국이 중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면 우리도 따를 수밖에 없다”며 “갈등이 이어진다면 결국 미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국과 미국이 대수출 1·2위 국가인 우리나라 입장에선 어느 한쪽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 기업 입장에선 결국 중국 시장의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문 연구위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선 전통 지지층인 노동조합의 환심을 사야 한다. 또 민주당 내에서 기반을 넓혀가는 진보그룹의 눈치도 봐야 한다”며 “경제가 아닌 정치적 문제에 의해 반덤핑 판정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연구위원은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공화당보다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짙었다. 트럼프가 전통적인 공화당 색채와 달랐을 뿐이다”며 “이전의 보후무역주의는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자주의 복귀 역시 트럼프의 일방주의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언급한 것일 뿐”이라며 “바이든 입장에서도 굳이 트럼프의 통상 정책을 뒤집을 이유는 없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보다 빨리 복귀를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연구위원은 “바이든 입장에선 국내 정치 상황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외교안보상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위기상황이 오기 전까지 자진해 복귀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서명절차가 완료된 상황과 맞물려 CPTPP 복귀가 빨라질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선 “중국이 동아시아를 경제적으로 장악하게 된다는 전제 자체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그는 “미국 내부에서도 바이든이 첫 임기 동안에, 현재 추진 중인 자유무역협정 외에 추가적인 협정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전했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가장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분야는 환경이다. 바이든은 취임 직후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를 지시하는 등 친환경 정책 추진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 연구위원은 우리 자동차산업의 전기차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경쟁력 있는 수소차는 아직 상용화에 이르지 못했고, 전기차는 대중화의 길로 가고 있다”며 “우리 자동차산업에 향후 10~15년이 생존 여부까지 영향을 미칠 중대한 기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