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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에 있는 한 전기차 개발업체 대표 A씨는 기업 연구인력 현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소형 전기차에 이어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이 중소기업에는 현재 연구원 15명이 근무 중이다. 최근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연구개발(R&D) 인력을 더 뽑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관련 전공자를 좀처럼 구하지 못하고 있다.
A 대표는 “중소기업은 연구원 한 사람이 회사 전체를 움직일 만큼 존재감이 크다”며 “입사한 직원들에게는 학위과정도 지원해 같이 성장하고 싶지만, 실력 있고 젊은 연구원들은 거의 들어오지 않아 회사를 키우기가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늙어가는 中企 연구소…50대 이상 연구원 급증
중소기업 R&D 인력의 고령화, 영세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일부 국내 중소기업들은 꾸준히 생산기술을 발전시키면서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거듭났지만, 청년 R&D 인력 유입이 끊기면서 중소기업 연구역량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중소기업 청년 R&D 인력 현황 분석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9.1만명에 불과하던 중소기업 재직 연구원 수는 2018년 19.4만명으로 늘었다. 전체 기업체 연구원(36.8만명) 중 약 52%가량이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 연구원이 줄어든 만큼 40세 이상 중장년 연구원 수는 연평균 10% 이상씩 늘었다. 특히 50대 이상 연구원의 증가율이 가장 빨랐다. 2008년 3900여명에 불과했던 50대 이상 연구원은 2018년 2만6777명으로 늘어 연평균 21.2%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중소기업 청년 연구원 비중은 중견기업(64.7%)과 대기업(62%)에 비해 훨씬 적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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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인력 대기업 쏠림 현상 심각…“산업경쟁력 약화 우려”
하지만 이같은 정부 지원사업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R&D 인력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R&D 인력들의 대기업 쏠림 현상이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 부설연구소장은 “연구원들이 제시하는 급여가 중소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인 경우가 많다”며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인력도 한계가 있고,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대기업으로 이직하려는 청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연구지속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대·중소기업간 연구 격차도 커지고 있다. 2018년 기준 중소기업 재직 연구원의 1인당 평균 연구개발비는 7920만원으로, 10년 전(8010만원)보다 90만원이 줄어든 반면 대기업은 1인당 연구비를 1억7650만원에서 3억75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늘렸다.
문제는 앞으로 중소기업 R&D 인력난이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향후 10년간 청년 인구(15~29세) 비중이 줄어드는 것과 함께 공학 계열 대학 졸업생도 약 17만명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중소기업 기술·연구직 부족률은 2.26%로 판매·마케팅직(1.61%)이나 전체 평균(2.15%)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중소기업 51.8%는 ‘현재 R&D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했고, 44.5%는 ‘향후 5년간 R&D 인력 수급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56.8%는 경영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R&D 분야 투자를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답했으며, 축소 전망(24.0%)이 확대 전망(19.2%)보다 많았다. AI와 빅데이터, 바이오헬스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기술력 확보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등 국가 R&D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이같은 중소기업 R&D 인력난은 곧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공계 석·박사급 청년 인력들이 꾸준히 중소기업에 유입돼야 정부가 추진하는 R&D 역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졸업 후 중소기업 취업을 약정한 이공계 대학원생에 대한 장려금 지원을 적극 고려하고, 청년 연구인력을 신규채용한 중소기업에는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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