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랑상품권의 경우 온누리상품권보다 사용 범위가 더 넓은 데다가 플랫폼도 제로페이와 동일해 결국 제로섬 게임(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그만큼 손해를 보는 상황)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차별성 없는 소상공인 지원 경쟁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우려하고 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일부 서울시 자치구는 올해 설 명절부터 각 동 반장에게 서울사랑상품권을 지급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지역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해 제공해 왔다. 이달 중순부터 17개 자치구가 서울사랑상품권을 발행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사랑상품권은 지역 내 소비를 늘려 소상공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게 하자는 취지로 도입한 지역화폐다. 소비자는 7% 할인된 금액에 상품권을 구매하고 가맹점은 연 매출액과 상관없이 결제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아 서울시 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앞다퉈 지역화폐를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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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서울사랑상품권의 등장으로 온누리상품권이 당장 주요 판매처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는 점이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의 수요 진작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009년부터 발행하고 있다. 그동안 각 자치구는 전통시장 이용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설·추석 명절 선물과 직원들의 복지포인트 중 일정 비율을 구매해 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공공기관 판매에 기댈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사랑상품권이 온누리상품권 수요를 잠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온누리상품권 발행 목표를 2조5000억원으로 설정하고 지류·카드는 5%, 제로페이 기반의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은 올해 말까지 10% 할인해 판매한다.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이 서울사랑상품권보다 3%포인트 싸지만, 사용처가 전통시장에 국한돼 불리하다는 평가다. 서울사랑상품권의 경우 대형마트와 백화점, 대기업 계열사와 프랜차이즈 일부, 사행·유흥업종 등을 제외한 전 업종에서 이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소비자 유인효과가 클 것이라는 게 소상공인업계의 판단이다.
그나마 온누리상품권 판매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시장 방문 빈도가 줄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한 전통시장 관계자는 “우리가 봐도 쓸 곳이 많은 지역화폐가 훨씬 유용해 보이는데 소비자들은 오죽하겠냐”며 “현장을 모르고 비슷비슷한 소상공인 지원 정책만 경쟁적으로 내놓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