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저녁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한반도가 지진 피해에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일깨워 주었다. 불과 한 시간 간격으로 밀어닥친 두 차례의 연속 지진파로 전국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아파트가 크게 흔들리면서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깥으로 뛰쳐나왔는가 하면 고층 건물에서는 대피령이 떨어지기도 했다. 슈퍼마켓에서는 진열된 물건들이 우르르 쏟아지는 바람에 난장판을 이뤘다.
무엇보다 이번 지진이 역대 최대 규모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상청이 공식적으로 지진을 관측하기 시작한 1978년 이래 가장 강력한 수준인 규모 5.8로 기록된다. 북한이 며칠 전 실시한 제5차 핵실험보다 무려 50배나 강력한 위력이라고 한다. 여진도 160여 차례나 이어졌다. 앞으로도 한반도에서 규모 6.0을 넘어서는 강력한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기상청의 판단이다.
일단 큰 피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행이긴 하지만 안심만 하기에는 이르다. 지진이 계속 일어날 경우 지반이 취약한 지역에서는 예상 밖의 피해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웃나라 일본을 강타한 2011년의 도호쿠 대지진과 지난 4월 구마모토 대지진 등으로 한반도 단층 구조가 변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진 발생에 대비해 본격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역시 원전의 안전 문제다.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는 경우 원전 가동을 멈추고 비상 매뉴얼에 따라 위기관리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 이번에는 한수원의 기민한 대처가 돋보였다. 경주 지역에 들어선 방폐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다중이용시설인 지하철이나 백화점, 극장 등에서도 비상시의 대피행동 요령을 평소 민방위 훈련을 통해 숙지시키도록 해야 한다.
학교나 공공시설 가운데 내진 성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은 데 대해서도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 일반 주택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교량이나 철도, 터널 등에 있어서도 철저한 안전 대책이 요구된다. 지진이 언제 다시 우리 주변에 바싹 다가올 것이지 누구도 미리 내다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리 대비를 하고 있다면 피해는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