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력난 시대, `스마트그리드`가 성장동력이다

4년 뒤 최대 125조원 블루오션 시장…세계 각국 경쟁
정부 2030년까지 28조원 투입
요금체계 개선·독과점 해소 등 넘어야 할 산도
  • 등록 2012-08-02 오전 8:26:52

    수정 2012-08-02 오전 8:26:52

[이데일리 박정일 기자]폭염에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시민들은 무더위와 블랙아웃(대규모 동시정전)의 불안 속에 여름을 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8월 3~4주 경 예비전력 비축량은 140만㎾(킬로와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 이는 정전 대란 우려가 가장 큰 ‘심각 단계’(100kW 이하)에 근접한 수치다.

이같은 긴장 상황은 내년 겨울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건설 중인 발전설비는 2013년 말 이후 가동되기 때문에, 전력사정은 2014년은 돼야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작년 정전사태 이후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꼽히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란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공급자와 수요자가 양 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을 뜻한다.

이를 통해 전력 공급자는 전력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공급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소비자 역시 이에 맞게 요금이 비싼 시간대를 피해 사용 시간과 사용량을 조절 할 수 있다. 또 태양광 발전이나 연료전지, 전기자동차의 전기에너지 등 가정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판매할 수도 있게 된다.

정부 목표대로 오는 2030년까지 국가 전체적으로 스마트 그리드가 구축되면 47조 원의 에너지 수입 비용이 절약되고, 3조 원 가량의 발전소 투자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 시장 매년 2자리 수 성장률 전망”

스마트그리드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고 때다.

미국은 2003년 ‘그리드 2030’ 국가 비전을 수립하고 올해 30개 실증사업 및 174개 보급사업을 진행 중이다. 실증 및 보급 사업 관련 예산은 약 100억달러 수준이다.

EU(유럽연합)도 2006년 ‘스마트그리드 비전&스트레티지’를 발표하고 작년 말 현재 23개국에서 약 38억유로를 투자해 실증 및 보급사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도 작년에 222억엔을 투자해 국내 4개, 해외 13개 지역에서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출처 지식경제부)
포레스트&설리번, 마켓&마켓, 비전게인 등 외국 시장조사기관들은 2016년 세계 스마트그리드 시장 규모는 61조~125조 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스마트그리드의 범위가 명확히 설정돼 있지 않은 탓에 조사기관별로 편차는 크지만, 매년 두 자리 수 성장은 무난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 28조 투입…2016년 10조 경제효과 기대

우리 정부도 2030년까지 약 28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2009년 제주시 구좌읍 일대 약 6000호를 대상으로 한 실증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2030년까지 27조5000억원을 투입해 스마트그리드 전국망을 구축하겠다는 ‘스마트그리드 국가로드맵’을 내놓았다.

지난달에는 ‘1차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제시했다.

우선 2016년까지 화력발전소 2기에 해당하는 120만kW(킬로와트) 규모의 전력 줄이기 목표를 잡고, 7대 광역경제권별로 거점도시를 구축해 스마트계량기,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 충전기 등을 본격 보급할 방침이다.

제주시 구좌읍 실증단지에 있는 스마트그리드홍보관 한국전력공사 체험관 전기차 충전소. (출처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이를 통해 2016년 신성장동력 창출 등 총 9조67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약 3조5600억원의 절전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이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다.

업계도 적극적이다.LG전자와 GS칼텍스, LS산전, 포스코ICT, KT,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제주 실증단지를 중심으로 건물과 공장 등 에너지관리시스템을 비롯해 스마트가전, 전기차 충전소 등 다양한 사업을전개하고 있다.

지난 4월 허창수 GS 회장은 제주도 구좌읍에 위치한 GS칼텍스 스마트그리드 홍보관과 GS건설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방문했다. 허 회장은 “그룹의 주력 사업인 에너지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확보하고 시장을 주도하려면 차별화된 신기술은 물론 이를 사업화하고 제휴할 수 있는 제반 핵심역량들을 갖추고, 녹색사업 등에서 지속가능 경영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독과점 해소 등 넘어야 할 산도

국내 스마트그리드산업은 태동 단계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시장 전망은 밝다는 게 업계 평가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스마트그리드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려면 초기 투자비용과 독과점, 경직된 전기요금체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경훈 지식경제부 스마트그리드팀 팀장은 시장창출 지연의 원인으로 높은 초기 투자비용과 경직된 전기요금체계로 인한 소비자 참여 제약, 독과점의 경직된 전력산업구조 등을 꼽았다.

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마트그리드사업의 활성화 차원에서 수요와 공급의 실시간 상호작용에 의해 전기요금이 결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계절별 차등요금제, 시간대별 요금제, 실시간요금제와 임계피크부하요금제 등 수용자 그룹별로 차등화하는 중기 요금제 개선안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이외에도 신재생에너지의 적용 확대에 따른 전력요금 인상 문제와 높은 단가로 인한 진입 장벽, 연료전지 효율성 문제, 보안문제 등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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