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의 은퇴자산관리] 초저금리는 ‘지키는 시대’

  • 등록 2016-03-12 오전 8:00:00

    수정 2016-03-12 오전 8:00:00

[김현기 신한금융투자 신한네오50연구소장]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작년 11월부터 석달 간 인기리에 방송되었습니다. 드라마에서 배우 성동일과 이일화는 덕선의 부모 역할입니다. 극 중에서 성동일은 아내가 모아 놓은 돈을 “이 사람아, 한일은행에 저축하게. 많이 내리긴 했지만, 금리가 15%는 된다네”라고 말을 합니다. 한국에서의 금리 변화는 1990년 이전만 하더라도 20%(회사채 3년 우량물 기준)에 가까웠습니다. 그로부터 급격히 하락하여 2000년에는 10%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또 2014년에는 3%가 붕괴 되었고 2015년 말에는 겨우 2%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은행의 정기 예금 이자율은 1.5% 정도입니다. 갑자기 초저금리 환경이 도래한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은 앞으로 지속적인 금리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초저금리의 환경은 우리의 금융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까요?

2000년 이후 금리의 급격한 하락

금리의 기준에서 10%는 저축과 투자의 개념을 통째로 바꾸어 놓는 역사적 사건입니다. 10%의 금리는 단지 저축만 하더라도 가능한 환경으로 인식합니다. 일반적으로 투자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10% 이하의 금리에서는 투자를 고려하는 환경이 생겨납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는 저축은 쉽게 알고 배웠지만, 투자가 무엇인지 배우지 못한 환경에서 실전투자에 나선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은 회사채 금리 기준으로 10%에서 3%까지 하락하는데 단지 13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를 급격한 금리의 하락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2014년 이후 3% 이하의 초저금리 환경이 도래하였습니다. 금리 3% 이하에서 투자는 위험은 크고 수익을 낼 기회는 적어지게 됩니다. 지금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많은 금융 사건 사고(저축은행 PF, 후순위 채권/ 동양증권 CP, 회사채/키코 사태/ 다단계 사기/크라우딩 펀딩 사기/ 가상화폐 사기/외환 선물 거래 수익보장 사기/글로벌 투자 수익 보장 사기/중국골동품 투자 사기 등)들은 급속한 금리의 하락 과정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초저금리는 ‘지키는 시대’

금리 10% 이상은 ‘저축의 시대’, 금리가 10%에서 3%로 하락하는 동안에는 ‘투자의 시대’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금리가 3% 이하인 시대는 무엇이라 부를까요? 저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자신의 자산가치를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할 것으로 보고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를 ‘지키는 시대’라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키는 시대에도 투자합니다. 지키는 시대는 ‘고위험, 낮은 수익(High Risk, Low Return)’입니다. 투자의 위험은 큰데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지키는 시대의 관점에서 부동산, 주식, 채권, 펀드, ELS 등의 투자 방법을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이때 투자 방법은 투자 상품의 매수 시기를 가려 사고, 샀으면 반드시 파는 시기를 고려하여 팔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보유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키는 시대의 관점에서 은퇴 자산은 어떻게 관리되어야 할까요? 은퇴 재무 설계의 모든 고민은 초저금리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적정금리수준 > 실제수익률(명목금리)

지난 1월 29일 일본 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자금에 대해 마이너스(-0.1%)금리를 채택했습니다. 앞으로 멀지 않은 시기에 돈을 은행에 예금하면 그 자체로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이 개념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국은 2000~2006년 구간을 기점으로 실제 금리(회사채 수익률 5.14%)가 적정 금리 수준(실질 GDP성장률 5.19%+소비자 물가 상승률 3.03%=8.22%)을 밑돌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돈 가치를 지켜 내기가 어렵습니다. 2000년 이전에는 정기예금 외 다른 투자 수단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고, 다른 투자 수단에 대해 몰라도 되었습니다. 2000~2006년 구간 이후부터 내 돈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정기예금 이자율보다 높은 추가 수익을 낼 필요가 생겨난 것입니다.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초저금리로 갈수록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융자산 관리의 부재를 투자로 만회하려 할지도 모릅니다. 초저금리 상황이 만들어 내고 있는 금융환경의 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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