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심사를 맡은 황동규 시인과 정진규 시인은 “짧은 분량으로도 많은 것을 담아내는 자재로움과 절제된 감정이입을 통해 죽은 것들을 또 다르게 살려내는 전환의 힘, 그 핵을 이 시는 지니고 있다”며 당선작 ‘단단한 뼈’를 뽑았다.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이영옥 시인이 60여편의 시를 담은 두 번째 시집 ‘누구도 울게 하지 못한다’(천년의 시작)를 세상에 내보였다.
첫 시집 ‘사라진 입들’을 통해 일상의 표면에서 감지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미학적 소통의 세계에 천착했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보다 깊이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한다. 누구의 내면이나 자신만의 미로가 있다. 시인이란 그 미로의 출구를 제시하는 이들이 아니라 미로의 곡진함을 언어로 채색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별 생각 없이 마시는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도 시인은 ‘포장된 관계에는 거리가 빠져있다/뚜껑을 열면 김처럼 빠르게 증발하는 약속/중략/쓰레기통이 보이면/ 어디서나 끝낼 수 있어서 좋다’(테이크아웃 5호점)고 묘사한다. ‘폭설3’ 같은 시는 한국사회에서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머니의 속울음이 느껴진다 ‘각 잡힌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밤새 기합처럼 눈이 펑펑 쏟아졌고/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는 것들은/제가 낼 수 있는 가장 씩씩한 소리를 냈다’
이영옥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 반가운 것은 이처럼 내면의 미로가 자의식의 과잉으로 꼬여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어서다. 이르지 않은 나이에 시인이란 이름을 얻었어도 그것에 취하지 않고 위선적인 순수나 겉 멋든 형이상학적 세계로 도피해 자족하는 대신 정직하게 삶을 직시하고 그것을 시로 형상화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는 일찌감치 이 시인이 시인을 꿈꾸며 ‘작심’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인은 ‘접근 금지를 알리는 노란 테이프 안에는 그의 단단한 뼈들이 힘센 자석처럼 오물거리는 벌레들을 잔뜩 붙여 놓고 굳게 침묵하고 있었다’고 적은 데뷔작 ‘단단한 뼈’를 두 번째 시집에 다시 상재하며 초심을 되새긴다. 다음 번 시집도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