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단협 쟁점-下]노사 모두 지켜야할 원칙

  • 등록 2011-08-11 오전 8:55:13

    수정 2011-08-11 오전 8:55:13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현대차(005380) 노조가 임금과 단체협상을 이유로 쟁의 발생을 결의하고 중앙노동위에 조정신청을 냈다. 파업까지도 갈 태세지만 회사측이 더 나은 안을 내놓으면 교섭에 응하겠다는 입장이고, 회사도 성실히 협상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핵심쟁점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면 극적으로 타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개별 기업 노사 관계에 항목별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쉽지 않다. 다만 현대차의 임단협 타결여부는 우리나라 전체 노사관계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노사 모두 지켜야할 원칙이 무엇인지 짚어본다.   ◇ 글로벌 경쟁력 저하는 안 된다



현대차 노조는 신기술 도입 및 공장 이전, 기업 양수·양도 등의 사안이 발생했을 때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09년 말 체결된 단체협약에도 '신프로젝트 개발로 생산방식 변경이 발생해 조합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하면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한다'고 돼 있는 데 이 문구에서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아예 빼자는 것이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은 최근 '해외현지생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글에서 "글로벌 생산체제로 유연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므로 독일의 '공동결정제도'처럼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계획경영 조차 하기 어려운 초스피드 시대로 가고 있는데 노조가 모든 경영 현안에 참여한다면 그 만큼 속도전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회사가 경쟁력을 잃게 되면 직원 일자리도 줄어들 게 자명하다.   현대차는 올해 3월 노사  갈등으로 신차 벨로스터와 신형 엑센트의 생산차질을 경험했다. 연초 두 차량을 내놓았지만 울산1공장 노조와 생산인력 투입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2개월 이상 차질을 빚었다. 벨로스터는 6200대, 신형 엑센트는 12만5500여대의 주문물량이 적체됐다.   회사측은 모듈화로 효율성이 높아진 만큼 울산1공장의 잉여 인원을 다른 공장으로 전환배치하자는 입장이었지만, 노조는 전환배치 이전에 기존 정규직, 비정규직 인원의 고용이 보장돼야 한다며 거부했다.   경쟁사 한 임원은 "우리는 한 라인에서 6개 차종을 혼류생산하는데, 현대차는 노사 문제로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 근로자 복지도 중요하다

현대차가 매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것은 임직원들의 품질 향상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 덕분이기도 하다.

올해 현대차 임금 인상률은 기아차 임금합의안(조합원 투표에서 부결)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회사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기아차 안은 '기본급 9만원(5.17%) 인상과 성과·격려금 300%+700만원 지급, 자사주 80주 지급'. 기아차 노조가 소식지에서 부결 이유로 "현대차보다 먼저 협상한데 따른 차별 불안 때문이지, 부족한 금액은 아니다"라고 밝힐 만큼 높은 수준이다.   노조는 평균임금에 일시금·성과금을 포함시키고 퇴직금 누진제도 요구하지만 이는 합리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옛 현대정공이었던 5공장에선 평균 임금에 일시금이나 성과금을 포함시켜 받고 있고 기아차는 퇴직금 누진제를 적용받고 있다"면서 "똑같이 20년 이상 근무했는데 기아차 퇴직금이 현대차보다 3500만원 정도 더 많은 건 문제"라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평균임금은 '일시금과 성과금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2006년 대법원 판결에 따르기로 노사가 합의한 상황"이라면서 "대다수 기업이 국민연금, 퇴직보험 등이 갖춰지면서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했는데 이를 들고 나온 것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 사회적 책임에 관심 가져야    현대차 노조는 '직원 자녀 특별 채용' 요구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신규채용시 정년퇴직자나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자녀들을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한다(가산점 부여)' 조항을 신설해 달라고 했는데, 노조에서도  "너무 심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노조 관계자는 "신규채용시 40%를 비정규직에서 뽑기로 한 만큼, 자녀채용 가산점을 특혜요구로 볼 순 없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실업자 수는 83만7000명, 청년실업률은 7.6%(7월 통계청 기준)나 된다. 한국사회에서 그래도 대우받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녀채용 마저 세습하려 한다는 비판이 불거질 만하다.  
▲ 출처=통계청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임금근로자 1706만명 중 비정규직은 577만명으로 3분의 1을 웃돈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경우 정규직 조합원 2만5000여명, 관리직 5000여명, 사내하도급(비정규직) 1만여명 등이 근무한다.   노동 유연성 때문에 모두 정규직화할 순 없어도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사의 노력으로 현대차 사내하도급 직원들은 정규직 직원 임금의 70% 정도를 받고, 퇴직금 산정시 근로연수를 인정받는 등 다른 곳보다 처우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국가 기간 산업체로서 협력업체 직원의 처우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정규직 노조의 요구가 지나쳐 비정규직 직원들의 처우를 저하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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