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는' 美 증시에 해외 ETF 수요↑…운용사 희비 갈려

올해 해외 주식형 ETF 대거 나와
해외 자산에 집중한 운용사 '방긋'
"내년에도 해외 ETF 집중될 듯"
  • 등록 2024-11-22 오전 6:00:00

    수정 2024-11-22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미국 증시가 고점을 탐색하고 있는 반면, 국내 증시는 역주행하면서 올해 상장한 상장지수펀드(ETF)도 해외 주식형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해외 자산에 집중한 운용사는 몸집을 불린 반면, 그렇지 않은 운용사는 시장 점유율이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업계에서는 내년에도 해외 증시가 국내 증시보다 매력적일 것으로 전망하며 해외 자산을 기반으로 한 상품들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1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전체 운용사가 상장한 ETF 155개(레버리지·인버스 포함) 중 해외 주식형 ETF는 67개로 집계됐다. 이는 약 43% 수준이다. 반면, 국내 주식형 ETF는 46개로 전체의 29%를 차지했다.

자금 유입도 해외 주식형 ETF 쪽으로 쏠렸다. 올해 상장한 해외 주식형 ETF의 최초 설정액 합은 1조 5385억원이었지만, 지난 20일 기준 4조 2264억원으로 약 2조 7000억원 늘었다. 그러나 국내 주식형 ETF의 경우 9251억원에서 1조 8639억원으로 약 94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국내 주식 시장보다 해외 주식 시장에 대한 수요가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기준 코스피는 올해 -6.33%, 코스닥은 -21.41%를 기록했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24.0% 상승했고, 나스닥은 26.35% 올랐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이후 미국 증시가 주요국 대비 강세를 보이면서 해외 ETF 시장 쪽으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운용사 간 희비도 엇갈렸다. 해외 주식형 ETF에 집중한 운용사는 몸집을 불리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자산운용과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연초 점유율 격차가 3.2%포인트 차이였으나 전날 기준 약 2%포인트로 줄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 주식형 ETF 68개를 운용하고 있고, 삼성자산운용은 이보다 적은 56개를 상장시켜 운용 중이다.

마찬가지로 한국투자신탁운용도 테크 중심의 해외 주식형 ETF를 크게 늘리면서 업계 3위인 KB자산운용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KG제로인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의 국내·해외 주식형 ETF는 총 63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59개지만, 해외 주식형 펀드는 한국투자신탁운용(40개)이 KB자산운용(28개)보다 더 많다. 올해 미국 증시의 급등으로 해외 ETF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두 운용사의 점유율 격차는 연초 3.1%포인트였으나 현재는 0.4%포인트로 좁혀졌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팔리는 ETF는 해외 관련 ETF들밖에 없다”며 “구조적으로 해외 자산이 올라가면 해외 자산 비중이 높은 운용사들의 운용자산(AUM)에 반영되니 당연히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내년에도 해외 주식형 ETF에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트럼프 행정부 2기가 들어서면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관세 등 영향으로 미국 증시가 주요국 대비 더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국내 증시에 특별한 전환점이 없는 한, 해외 자산을 기반으로 한 상품들 중심으로 운용 전략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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