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지하 사육장' 탈출…백사자, 처음 본 세상에 어리둥절

'학대' 논란 속 보금자리 옮긴 백사자
  • 등록 2024-06-18 오전 7:35:52

    수정 2024-06-18 오전 7:45:21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지난 7년간 2.5평(8㎡) 규모의 좁은 지하 방사장에 갇혀 지내온 백사자 한 쌍이 150평(486㎡) 규모의 새 보금자리로 옮겨져 야외 방사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야외 방사장에 첫발을 내미는 수컷 백사자(사진=연합뉴스)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의 폐업한 실내동물원에 방치됐던 백사자 한 쌍이 150평(486㎡) 규모의 달성군 네이처파크 실외 방사장으로 옮겨졌다.

앞서 백사자 한 쌍이 지낸 실내동물원은 지난해 운영자가 코로나19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다 운영을 중단하면서 ‘동물 학대’ 논란을 빚은 곳이다.

대구 수성구 실내동물원에서 생활하던 백사자(사진=연합뉴스)
이 동물원은 좁은 면적의 땅에서 사자 등 58종의 동물 300여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실제로 다수의 동물이 채광이나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서 사육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운영 중단 이후 동물 사체와 배설물 등을 그대로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구시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휴원 신고가 없었던 해당 동물원에 대해 과태료 300만 원 처분을 내렸다.

지난달 14일 ㈜스파밸리 네이처파크는 절차를 통해 동물 324마리를 1억 3100만 원에 낙찰받아 동물들을 차례차례 새 보금자리로 이송하고 있다.

마취 후 이송되는 백사자(사진=뉴시스)
17일 오전 10시쯤 실내 동물원에서 백사자 이동이 시작됐다. 먼저 도착한 대구 한 동물병원 수의사는 이동을 위한 마취 주사를 놓고 수사자 눈에 난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마취와 수술을 담당한 최동학 동인동물병원 원장은 “백사자 무게가 최대 500㎏에 달하기 때문에 마취 투약량이 적지 않다”면서 “수사자 경우 마취를 세 차례 나눠 진행했다”고 뉴스1에 설명했다.

이날 네이처파크로 옮겨진 수사자와 암사자는 마취가 깬 직후 야외방사장으로 향했으며 7년 만에 처음 바깥세상을 만났다.

박진석 네이처파크 본부장은 “백사자 한 쌍에 대한 피검사를 진행했다”며 “검진 결과에 따라 약물치료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만간 두 녀석이 건강하게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예쁜 이름도 지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17일 대구 달성군 스파밸리 네이처파크 동물원으로 옮겨진 암컷 백사자(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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