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노믹스 3년]경제 3개년 계획 목표달성 6개뿐…빚·불평등·갈등 악화

  • 등록 2017-02-14 오전 6:00:10

    수정 2017-02-14 오전 11:17:49

△전국철도노조 등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지난해 10월 정부 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오 기자]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지난해 파업에 따른 국내 근로손실일수(파업 기간 파업 참가자 수×파업시간/1일 근로시간)는 201만 2000일에 달했다. 역대 최장 기간이다. 종전 최장 기록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189만 4000일이었다. 작년은 환란 때보다 사회 갈등이 심했다는 이야기다.

원인은 현 정부에서 노·사, 노·정 간 대립이 극에 달한 데 있었다. 공공부문 노조는 작년 9월부터 정부의 성과연봉제 추진에 반대하는 파업을 시작했다. 민주노총도 11월 총파업에 나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문이다. 이런 불화는 1년 전인 2015년 9월 노·사·정 합의가 무산되면서 일찌감치 예견됐다. 정부가 ‘노동 5법’ 개정 등 밀어붙이기식 노동 개혁을 추진한 결과다.

현 정부가 추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초라한 성적표만 남기고 마침표를 찍는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말은 공수표가 됐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40점 미만’

△‘2014년 2월’ 지표는 2013년 기준, ‘현재’ 지표는 가장 최근 집계 수치임.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3개년 계획이 종료되는 이달 현재 정부가 내건 성과 지표 전체 16개(청년·여성 일자리 창출 수 포함 시 18개) 중 목표를 달성한 것은 6개에 불과했다. 100점 만점에 37.5점이라는 낙제점을 받았다는 의미다.

사상 최악인 작년 근로손실일수는 그 한 사례다. 정부는 3개년 계획에서 근로손실일수를 2017년까지 62만 6000일로 낮추겠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세 배가 넘는 손실이 난 것이다.

이뿐 아니다. 정부는 빚 관리에도 실패했다. 당장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34.3%에서 올해 40%(정부 추정 40% 미만) 가까이 뛰어오를 전망이다. 애초 올해 달성 목표는 35.6%였다.

이는 이전 이명박 정부로부터 얄팍한 나라 곳간을 넘겨받고도 ‘증세 없는 복지’ 정책 기조를 앞세운 탓이다. 나가는 돈은 많고 들어오는 돈은 적다 보니 현 정부 들어 편성한 추가경정예산만 세 차례, 금액으로는 39조 9000억원에 달했다. 노무현(17조 1000억원)·이명박(33조원) 정부 편성액을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 3년 새 크게 악화한 가계부채는 이미 한국 경제의 최대 암초로 떠올랐다. 애초 정부는 3개년 계획에서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OECD 비교 기준)을 2013년 160.3%에서 5%포인트 낮추겠다고 했다. 빚 부담을 줄여 소비 활성화를 꾀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이 비율은 2015년 말 169.9%에서 작년 상반기 말 173.6%(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집계)로 치솟았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3개년 계획을 발표한 지 불과 반년 만에 최경환 부총리가 임명돼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며 DTI(총부채상환비율)·LTV(주택담보 인정비율) 규제를 확 풀었다”면서 “가계 빚 관리 방침과 정반대되는 ‘엇박자 정책’을 추진한 것으로, 이는 3개년 계획이 일회성 대책에 불과했음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목표 달성 지표도 ‘착시효과’ 따져봐야

△주택 매매 거래량 [단위:만 건, 자료:국토교통부]


그나마 목표 달성에 성공한 6개 지표도 통계의 ‘착시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민간 경제연구기관 관계자는 “전체 부가가치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부가 노력해서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긴 만은 어렵다”며 “고용시장에서 떠밀린 생계형 자영업자가 늘 경우에도 서비스업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단순히 긍정적으로 보긴 어려운 숫자”라고 말했다.

주택 거래량이나 전·월세 상승률 등도 시빗거리다. 지난해 역대 셋째로 많았던 주택 매매 거래량(105만 3069건)은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의 결과물이다. 그 적시성에는 물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은 그 후유증으로 고려할 때 경제 정책 중에도 하책(下策)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전·월세 상승률은 한국감정원 전세와 월세 상승률을 단순 평균((전세 상승률+월세 상승률)/2)한 것으로, 작년 상승률(0.6%)은 서민 체감과는 격차가 있다.

두 달 만에 급조한 3년 계획…첫 단추 잘못 끼워

△박근혜 정부 역대 경제부총리. 왼쪽부터 현오석, 최경환 전 부총리와 유일호 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기획재정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고 지적한다.

실제 이 계획은 2014년 초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2개월 만에 급조됐다. 이마저도 청와대가 발표를 코앞에 두고 적잖은 내용을 뒤집었다. 현 정부 국정 목표는 정권 출범 직후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평화통일 등 4대 기조에서 비정상의 정상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4대 구조개혁 등으로 매년 물갈이됐다. 일반인은 물론 공무원조차 3개년 계획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연구기관 관계자는 “발표 당시 ‘과장급 이하 공무원들이 캐비닛에 넣어놨던 정책 과제들을 다시 꺼내서 급조한 것 같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면서 “이런 식의 정책 목표 나열은 공부 못하는 학생이 뭐가 문제인지 정확히 모르면서 전 과목을 잘하겠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귀띔했다.

작년 말까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국민 점검반으로 활동했던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상명대 교수)는 “현 정부 출범 당시 세계 경제 침체, 저유가 등으로 대외 여건이 나빴던 데다, 국내 산업 구조조정 문제까지 불거지며 지난 4년간 성장률이 평균 3%를 밑돌만큼 안 좋았기 때문에 정부도 목표 달성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지 못한 것이 특히 뼈아픈 부분”이라고 했다. 산업 구조조정은 애초 3개년 계획에는 담지조차 않았던 과제다. 이 계획에 참여한 정부나 학계 모두 한 치 앞만 보고 일했다는 이야기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서울대 교수)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전체적인 방향성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이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예를 들어 현재 분배 악화가 문제라면 정부가 지니계수를 임기 말까지 얼마로 낮추겠다는 등 명확한 메시지를 던져야 국민과 의사소통이 원활해 지고 말단 공무원도 자기 역할을 알고 거기 맞춰 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책이 옳으나 그르냐를 떠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의 일자리와 소득 증대라는 간명한 메시지를 던져 시장이 들썩이는 것이 비교할 만한 사례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3년간 기재부와 각 부처가 과제별 추진 상황을 관리하고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며 “단순히 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성과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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