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비대면 주담대 상품 봇물…아직은 2% 부족(상보)

4대 시중은행..비대면 거래 전년비 15% 급증
주담대는 그래도 한번은 지점 방문해야...'한계'
  • 등록 2016-12-23 오전 7:00:00

    수정 2016-12-23 오전 7:00: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직장인 A씨는 최근 30평대 아파트로 이사 가면서 모바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신청했다. 비대면 상품이라 영업점보다 금리가 낮기도 했지만 영업점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5년 전 20평대 아파트를 사면서 주담대를 받을 때 하루 휴가를 내고 은행을 찾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비대면이라도 관련 서류를 영업점에 직접 제출해야 한다는 말에 결국 점심시간에 은행 영업점을 찾았다. 간편해지긴 했지만 완전한 비대면이 맞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기존 예·적금 상품에 한정됐던 은행권 비대면 거래가 대출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은행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대출을 받으면 편리하기도 하고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데다 은행은 비용절감이 가능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형태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담보대출의 경우 비대면 대출이라고 해도 각종 서류제출을 위해 영업점을 한번은 방문해야 하는 만큼 한계는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바일로 편하게, 금리우대 받고 거래…비대면 ‘쑥’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비대면 여·수신 잔액은 지난 11월 말 기준 51조4123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5.24% 증가했다. 이중 수신 잔액은 28조4279억원으로 9.14% 늘어난 반면 여신 잔액은 22조9844억원으로 23.82%로 증가해 여신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중 은행이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가능한 주택관련 대출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비대면 대출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비대면 주담대는 KEB하나은행이 지난 2011년 ‘원클릭 모기지론’을 내놓으면서 첫 테이프를 끊었다. 비대면 전세자금 대출은 2011년 11월 우리은행의 아이터치 전세론이 1호다. 우리은행은 이후 아이터치 아파트론을 출시한 이후 스마트전세론, 스마트징검다리론, 스마트리빙론, 위비중도금대출 등 다양한 비대면 대출상품을 잇달아 내놨다.

신한은행은 2001년 은행권 최초로 비대면 신용대출인 ‘무방문 사이버론’을 선보인 후 2012년 1월과 2013년 8월에 차례로 비대면 주담대, 전세대출을 출시했다. 조만간 신한S뱅크를 통해 주담대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인터넷 뱅킹을 통해 상담하고 약정까지 할 수 있는 아파트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지방은행도 비대면 대출상품 출시에 합류했다. 지난달 부산은행은 모바일 아파트 대출상품인 ‘썸뱅크 금리상한 모기지론’을, BNK경남은행은 비대면 신용대출상품인 ‘투유족 즉시대출’ 판매를 개시했다.

담보대출은 한번은 지점 방문해야

통상 비대면 금융상품이 영업점에서보다 0.1~0.3%포인트가량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끌릴 수밖에 없다. 대출 받기 위해 여러 번 은행을 방문하고 오랜 시간 상담을 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점 역시 매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일부 대출의 경우 순수 비대면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대출은 신청에서부터 심사, 약정까지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가능하지만, 담보대출의 경우 마지막 단계에서 필요 서류 를 제출하기 위해 지점을 한번은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보통 등기권리증, 인감증명서, 인감도장, 임대차계약서(세입자가 있을 경우), 전입세대열람확인서 등의 서류를 본인이 직접 제출해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서류가 바로 등기권리증”이라며 “전자등기가 가능한 시대지만 이를 확인하려 해도 본인이 직접 와서 행정정보공동이용 사전동의서를 써야 하기 때문에 지점 방문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비대면 대출이 아직은 낯설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상당수 대출자들은 여전히 은행을 직접 방문해 대출 조건과 필요서류를 꼼꼼하게 확인하길 원한다는 게 창구 직원들의 전언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있고, 한번 대출하면 조건이나 은행을 바꾸기 어려운 만큼 신중한 편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같은 경우 대출규모가 보통 억원 단위로 크기 때문에 직접 영업점에 방문해서 설명을 듣고 싶어하는 고객이 많다”며 “우대금리 때문에 비대면을 활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좀 더 확산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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