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정교과서 적용 1년 늦춘다…'국·검정 혼용’ 가닥

내용 공개 뒤 후폭풍 거세···‘사면초가’ 국정 역사교과서
교육부 “보류·혼용 방안 통합하는 해법이 가장 현실적”
“시간 벌면서 국정교과서 적용·폐기 모색 가능” 장점도
  • 등록 2016-12-01 오전 6:30:00

    수정 2016-12-01 오전 6:30:00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교과서 브리핑을 하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교육부가 ‘1년 보류 후 국·검정 혼용’을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대안으로 거론되던 ‘1년 보류’안과 ‘국·검정 혼용’ 방안을 합친 출구전략이다. 내년 3월부터 국정교과서를 적용하기엔 교육현장의 반발이 워낙 크고, 기존 검정교과서와 혼용하는 방안도 교육과정 자체가 달라 적용이 불가능하다. 결국 국정교과서 적용시점을 1년 늦추고 관련 규정을 손본 뒤 국·검정 혼용을 추진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1년 보류 후 시간 갖고 적용·폐기 모색”

교육부 관계자는 30일 “1년 보류 후 국·검정을 혼용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직후 몇가지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교과서 적용 시점을 1년 보류하는 방안과 국정·검정 혼용 방안, 시범학교 우선 적용 방안 등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안 역시 무리수가 따른다는 점에서 교육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대안은 ‘국·검정 혼용 방안’이다. 하지만 이는 ‘2016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개정해야 적용이 가능하다. 해당 규정은 ‘학교의 장은 국정도서가 있을 때는 이를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정과 검정을 혼용하는 방안은 이 규정과 충돌한다.

대통령령을 국·검정 혼용이 가능하도록 개정하더라도 교육과정 자체가 다르다는 문제점이 남는다. 기존 검정교과서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만들어진 반면 이번에 공개된 국정교과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토대로 편찬됐다.

교육과정은 국가적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한 교육내용과 학습활동을 큰 틀에서 규정한 것이다. 교육과정이 개정되면 이에 맞춰 입시제도와 교과서 집필기준 등이 바뀌게 된다. 당장 내년부터 국·검정 혼용방안을 적용하면 동일한 역사교과 내에서 서로 다른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공존하는 일이 벌어진다. 교육전문가들은 이를 ‘있을 수 없는 일’로 규정했다. 교육부가 당장 내년부터 국·검정 혼용카드를 쓸 수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교육부 안팎에선 1년 보류 후 국·검정을 혼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국·검정 혼용이 가능하게 대통령령을 개정한 뒤 1년간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출판사들이 검정교과서를 개발토록 하는 방안이다. 이후 2018년부터는 학교별로 ‘국정’과 ‘검정’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1년 보류 후 국·검정을 혼용하는 방안도 통상 2년이 걸리는 검정교과서 개발기간을 1년으로 단축한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지금까지 거론된 방안 중 그나마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국정화 동력 상실 다른 대안 불가피”

교육부로서도 ‘1년 보류 후 국·검정 혼용’ 방안을 선택하는 게 가장 유리하다. 1년간 시간을 벌면서 정국 상황에 따라 국정교과서의 적용·폐기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교육부로서도 시간적 여유를 갖고 국정교과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며 “정권 교체 후엔 최악의 경우 국정교과서 폐기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교육부가 지난 28일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를 강행하자 전국 14명의 시도교육감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29일에는 전국역사교사모임이 불복종 운동을 선언했다. 보수성향의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마저도 “국정교과서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장 내년부터 국정교과서를 적용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며 “정치적으로 국정화 동력이 상실됐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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