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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2000년 수도 서울의 역사를 오롯이 감싸 안은 백제 초기 왕궁인 풍납토성을 어떤 방식으로 보존·관리해야 하는가. 풍납토성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문화재 보존과 주민의 재산권 보호라는 갈림길에서 주요 이해당사자인 문화재청과 서울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문화재청은 지난 10일 ‘풍납토성 보존·관리 및 활용 기본계획’의 변경·시행을 발표했다. 이에 서울시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훼손한 조치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여기에 전문가는 물론 지역주민의 이해까지 엇갈리면서 문제는 한층 더 복잡해지고 있다.
▲풍납토성이 뭐길래…초기 백제사 다시 쓰게 할 주요 유적
풍납토성은 1963년 사적 제11호로 지정됐다. 한강 유역에 위치한 백제유적 중 최대 규모의 토성이다. 1997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일대 재개발 당시 기원 전후로 추정되는 백제유물이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중요성이 불거졌다. 초기 백제사를 다시 써야 할 정도였다.
풍납토성 매입대상은 총 4권역으로 나뉘어 있다.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입, 총 5000억원의 예산을 사용해 30% 정도의 부지를 취득했을 뿐이다. 1권역은 주민보상이 마무리됐다. 4권역은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들어서 있다. 쟁점은 풍납토성 내부의 핵심지역인 2·3권역이다. 풍납토성 내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약 4만 8000여명. 문화재청의 기본방침은 주민 전체를 외부로 이주, 풍납토성을 보존하는 것이었지만 재원문제로 주민보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청 “왕궁터 핵심지역인 2권역 발굴로도 충분”
실제 풍납토성의 2·3권역 전체를 문화재로 지정해 토지를 보상할 경우 총 2조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연간 500억원 수준의 현재 예산규모로는 약 40년이 걸린다. 또 보상완료 후에도 풍납토성의 명확한 성격 규명을 위한 발굴조사에 50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매년 가용예산의 10∼15% 수준인 350억원을 풍납토성에 투입하고 있다. 이 예산으로는 토지보상 문제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향후 50년간 왕궁터 추정지역인 2권역의 매입·발굴·정비에 집중하고 나머지 권역은 지하 유구만 보호하면서 후대의 발전된 고고학과 사회적 합의에 맡기자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특단의 재원대책으로 조기 보상해야”
서울시는 풍납토성 보상권역을 기존 2·3권역에서 2권역으로 축소한 것과 관련, 2000년 한성백제 유산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3권역에서 규제 완화가 가능한 지역도 5%에 불과해 개발 실효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특히 문화재청이 서울시와의 협의과정 중에 졸속으로 결과를 발표했다고 반발했다. 또 추가적인 재원대책 없이 보상권역을 2·3권역에서 2권역으로 축소해도 보상기간 단축 효과가 미흡한 것은 물론 20년이 지난 후에야 발굴이 가능, 주민들의 재산권은 여전히 제약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가·지역주민 의견도 엇갈려
풍납토성 보존을 둘러싼 문화재청과 서울시의 갈등에 전문가들과 지역주민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그간 풍납토성 문제를 파헤쳐온 이형구 선문대 명예교수는 “문화재청의 설립 목적은 문화재의 보존관리인데 2권역만 발굴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2007년 3권역 발굴 당시 140군데 중 136군데서 백제유적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풍납토성은 단순한 초기 백제의 수도가 아니라 수도 서울 2000년을 증명하는 유적”이라면서 “문화재 관련 예산을 가장 다급한 풍납토성에 집중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풍납동 주민들은 문화재청 안에 손을 들어줬다. 김홍제 풍납토성 주민대책위원장은 “모든 주민이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문화재청 발표 이후 서울시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주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2권역 주민들은 대토를 마련, 집단이주를 하고 싶어 한다”며 “3권역은 현재보다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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