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일부터 3월 19일까지 상하이에서 열리는 한국 단색주의 시회에 참여하는 김창열씨의 <회귀2> /샘터화랑 제공 |
|
[조선일보 제공] 한국 현대미술의 새 지평을 열었던 '단색(單色)주의'를 세계에 알리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단색주의'는 1970년대 전개된 한국 현대미술의 운동으로, 이미지를 배제하고 한 가지 색이나 같은 계열의 색조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말한다. 1950~60년대 서양에서 유행했던 모노크롬(monochrome) 아트는 이미지 없이 한 가지 색이나 같은 색조로 형상화하는 작업으로, 다색화에 대한 대응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한국의 단색주의를 주도했던 박서보씨는 "우리 단색주의는 서양처럼 다색화에 대한 반대 개념이 아니라, 포용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동양 사상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1975년 박서보씨와 서승원씨 등 5명의 단색주의 작가가 일본 도쿄화랑에서 연 《한국 5인의 작가-다섯 가지 흰색전(展)》은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당시 단색주의는 추상미술 속에 우리 정체성을 표현해 내는 데 성공했고, 한국 현대미술이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세계 미술사에서 '한국의 단색주의'란 공식 이름을 얻지는 못했다.
단색주의가 다시 조명을 받게 된 것은 뉴욕에서 활동 중인 독립 큐레이터 조순천씨가 작년 11월 구겐하임 라스베이거스 관장을 지낸 바바라 블루밍크와 함께 미국 출판사 아술린(Assouline)에서 '자연의 색-한국의 모노크롬 아트(Monochrome Art in Korea)'를 내면서였다. 정창섭·김창열·박서보·하종현·이강소·서승원·최명영·이승조·김태호 등 9명의 단색주의 작가를 소개한 이 책은 뉴욕 현대미술관과 휘트니미술관 같은 세계적인 미술관에 배포됐다. 아술린 예술 책들은 미술관 관계자뿐 아니라 미국 상류층과 유럽 왕족들이 구매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컬렉터들에게 한국의 단색주의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조씨는 이어 작년 11월 노화랑에서 열린 단색주의 전시회와 오는 20일부터 샘터화랑의 상하이 지점인 웰사이드 화랑에서 열리는 단색주의 전시를 기획했다. 조씨는 최근 블룸버그의 단색주의 취재를 주선했고, 앞으로 미국 미술관에서 단색주의 전시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는 한국 미술운동에 관한 해외 출판과 전시가 동시에 진행됐다는 점이다. 장샤오강 하면 '중국 아방가르드'를 떠올리는 것처럼, 단색주의를 각인시키는 것은 한국 미술을 세계에 브랜드화하는 작업이다. 조순천씨는 "미국 미술계에도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며 "한국에도 단색주의라는 현대 미술의 뿌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엄중구 샘터화랑 대표는 "세계 미술인들이 모이는 상하이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한국 단색주의가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 1970년대 박서보씨 등이 이끈 단색주의는 한국 현대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씨의〈묘법(描法)〉시리즈. /박서보 제공 |
|
▶ 관련기사 ◀☞뒤바뀐 빛·색… 환상의 ‘메이킹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