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로봇 시대]④"경영혁신·고객만족…RPA는 팔방미인"

진호 롯데홈쇼핑 DT부문장 인터뷰
홈쇼핑 위기 해결책 RPA서 찾아…업무혁신과 비용절감 동시에 해결
RPA 도입 후 연간 2만6000시간 절감…직원 만족도 5점 만점에 4.2점
롯데홈쇼핑, 내년 상반기 차세대 RPA 도입 준비
  • 등록 2019-11-22 오전 6:30:00

    수정 2019-11-22 오전 6:30:00

진호 롯데홈쇼핑 DT부문장이 RPA 도입 효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롯데홈쇼핑)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TV 시청은 줄고, 채널 간 경쟁 심화로 홈쇼핑 업계는 위기 상황이다. 돌파구 마련을 위해 단순 업무를 줄이고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을 늘려야 했고, 이를 실현하고자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를 도입했다.”

롯데홈쇼핑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변환)을 이끌고 있는 진호 DT부문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RPA 도입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는 RPA에 맡기고 기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여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자는 시도였다.

롯데홈쇼핑은 올 초부터 RPA 도입을 공격적으로 전개했다. 지난 1월 ‘RPA 추진협의체’를 구성해 RPA 도입 전략과 계획 등을 수립했다. 또 상품, 마케팅, 지원 등 적용이 가능한 200개 이상의 업무를 과제로 선정했다. 특히 상품 기술서 검수 업무, 상품별 사이즈 입력, 상품 이미지 등록 등 업무 자동화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혔다.

RPA 도입 효과는 컸다. 연간 2만 6000시간의 업무시간을 단축했다. 인력으로 환산하면 직원 13명의 일을 해낸 셈이다.

진 부문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법인카드 승인 자동화가 있다”며 “현업에서 전표를 신청하면 일일이 이를 승인하는 단계에 RPA를 적용해 작업 시간을 75% 줄였다”고 말했다.

RPA 도입 전 각 부서마다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제출해야 했다. 이때 사용일자와 금액, 사용 목적, 비용 관련 코드 등을 일일이 기입해야 했다. 제출한 서류를 회계담당 직원이 전수 확인하는 데 이 과정에서 항목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반려 처리와 함께 사유를 적시한다. 반려 이유는 다양했다. 비용 처리 규정 위반, 사용 목적과 내역이 불일치하는 일도 있었다.

RPA 도입은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각 부서는 이전처럼 내역서를 제출하지만 피드백 과정이 빨라졌다. 기존에 한 건씩 확인했던 것을 RPA는 동시다발적으로 검토에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내역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또 이를 해당 부서에 사유와 함께 피드백을 제공해 업무처리 속도를 높였다. 회계담당자의 실수도 100%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법인카드 업무 시간이 월 평균 900시간에서 225시간으로 줄었다. 아울러 기존에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은 계약서 검토나 대규모 비용 처리 업무 등 중요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RPA 도입이 처음부터 환영받은 것은 아니었다. 직원들이 RPA 자체와 활용법 등을 혼란스러워했다. 진 부문장은 RPA와 관련한 직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조직 ‘CoE(Center of Excellence)’를 만들어 팀장급과 실무진으로 나눠 캠페인을 진행해 임직원들의 이해도를 높였다. 진 부문장은 “현재 52건의 RPA 과제가 구축 완료됐으며 실무진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효과가) 확산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내부 소통을 강화하며 추진한 RPA 프로젝트는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졌다. 롯데홈쇼핑 자체 설문조사 결과 5점 만점에 4.2점을 받은 것. 작업자의 실수가 줄어들고 생산성 향상, 인력 효율성 개선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RPA에도 부족한 점은 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한계다. 기업 업무의 80%가량이 비정형 업무임을 고려하면 RPA의 활용도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탓에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한 RPAI 얘기도 나오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미래 기업 경쟁력은 RPAI에서 나온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롯데홈쇼핑도 RPAI 도입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진 부문장은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RPA에 AI 적용이 필요하다”며 “내년 상반기에 RPA 기술과 인지(Cognitive) 및 분석(Smart Analytics) 기능을 통합한 차세대 RPA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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