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0개 프로야구 구단 중 삼성, 기아, SK, LG, 롯데, 한화, KT, 두산 등 8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올해 재계 순위 20위권 내 그룹이 운영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프로야구는 많은 돈을 벌어다 주는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30여년 간 고락을 함께 하며 수많은 에피소드가 쌓이다보니 프로야구 구단은 점차 모그룹의 일부가 돼 가고 있다. 이제 그룹 오너들은 프로야구 구단 운영을 스포츠 지원 활동의 일환으로만 여기지 않고, 자신의 경영철학을 홍보하거나 기업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 시즌이 한창이던 5월, 심근경색으로 병석에 누워있던 이건희 삼성 회장이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터뜨리는 순간 일시적으로 눈을 크게 떴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직접 삼성 라이온즈 구단에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야구 사랑을 짐작할 수 있는 일화다. 이 회장은 평소 야구를 골프, 럭비와 함께 삼성의 3대 스포츠로 꼽았다.
삼성라이온즈는 2011~2014 시즌 4연패를 달성했다. 삼성전자(005930)가 애플을 누르고 세계 정상에 등극한 시점과 겹치면서 ‘삼성 불패(不敗)’ 인식을 심는 데 크게 공헌했다. 와병 중인 이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평소 야구장을 자주 찾으며 야구를 소통의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삼성 라이온즈로부터 소통을 배우다’라는 제목의 사내방송 프로그램이 방영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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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사랑이라면 두산(000150) 오너 일가도 빠지지 않는다. 두산 회장들은 박용곤 전 회장 시절부터 두산 베어스의 전지훈련장을 찾아 격려하는 것을 전통처럼 이어오고 있다. 박용만 두산 회장은 야구장을 방문해도 VIP석 대신 일반석을 애용할 정도로 진정 야구를 즐길 줄 하는 팬이다. 두산 베어스는 프로야구 출범 이듬해인 1983년 국내 최초로 경기도 이천에 2군 전용 연습구장을 개장하는 등 인재 양성에 주력해 왔다. 이는 ‘사람이 미래다’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한 두산의 인재 경영과 맞닿아 있다.
박용만 회장의 조카이자 두산건설(011160) 회장 겸 두산 베어스 구단주인 박정원 회장은 “야구를 보면서 기업경영에 많은 시사점을 얻으려고 노력한다”며 “야구와 기업은 팀플레이가 중요하고 통계 등을 활용한 과학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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