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성장 대신 민주화나 행복 얘기하는 나라는 희망없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인터뷰
  • 등록 2013-07-23 오전 8:39:24

    수정 2013-07-23 오전 8:50:47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한 나라 경제를 이끌려면 큰 그림을 봐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는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특히 성장 담론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대통령한테 야단맞을까 봐 경제 관료들도 성장 얘기를 못 하고 있습니다.”

그치는가 싶다가 다시 퍼붓는 장마. 우리 경제도 긴 장마를 겪고 있는 걸까. 나아질 듯하면서도 불황의 터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구원장 10년 차 거시경제 전문가는 우리가 처한 현실과 새 정부의 경제관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12일, 서울 창덕궁 근처에 있는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만난 김주현 원장(사진) 얼굴에는 수심이 그득했다. 그러고는 작심한 듯 얘기를 쏟아냈다. 마치 누군가는 반드시 얘기해야 할 의무감이 있는 사람처럼.

◇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없다”

그가 꺼낸 첫 화두는 ‘담론의 부재’였다. 그는 우리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경제 아우를 수 있는 거대담론, 우리 경제의 방향타를 제시하는 기능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부터 시작했다. 경제를 보는 철학이 없다는 얘기처럼 들렸다.

김 원장은 “만날 호떡집 불난 것처럼 대응하다 남들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면 (우리 경제는) 현재 수준에서 한발도 나아갈 수 없다”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현오석 부총리를 포함한 경제팀은 경기부양이나 가계 빚 문제를 포함해 현안 대응에 집중하기도 벅찰 것”이라면서 “야전사령관이 직접 챙기기 어렵다면 예전 한국개발연구원(KDI)나 국가경제자문회의 같은 곳에서 나라를 이끌 큰 담론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KDI가 국가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고, 정책 어젠다(의제)를 끊임없이 제기했는데 요즘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또 “원활하게 국정을 운영하려면 대통령과 만나 조언을 해 줄 국정 원로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사람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 했다.

◇ “경제관료도 성장 얘기 못한다”

김 원장은 특히 성장 담론이 사라지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최근 3년 연속 잠재 성장률을 밑돌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잠재성장률이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선진국은 3만5000달러~4만달러 사이에서 성장이 멈췄고, 일본도 장기침체가 시작된 1990년대에 이미 4만달러 수준이었다”며 “선진국은 높은 데서 천천히 떨어지고 있는 반면 우리는 이제 2만달러 수준에서 성장동력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생산 가능인구가 정점을 찍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데, 인구구조가 바뀌기도 전에 성장동력이 꺾이고 있다”며 “경제의 조로화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열심히 일하려는 젊은이는 줄고, 위험을 감수하려는 기업가정신도 좀처럼 찾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대목에서는 답답함마저 배어 나왔다.

그러면서 “대통령한테 야단을 맞을까 봐 경제 관료들도 성장 얘기를 안 한다”며 “성장 담론이 사라진 자리를 민주나 행복 같은 피상적인 담론으로 채운다면 나라는 희망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장은 “일자리에 연연하며 손쉽게 서비스산업 육성방안이나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며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정부도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서 차세대 성장산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조선과 철강 자동차산업을 예로 들며 “지금 우릴 먹여 살리는 기업은 30년 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어려움을 무릅쓰고 육성한 것들”이라며 차세대성장산업 육성론을 여러 차레 강조했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인기몰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치권에도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그는 “기업들의 탈·불법을 바로잡는 것은 필요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도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라면서도 “이런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하면 모든 게 표로 환산되고, 기업이나 경제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 “하반기 경제도 먹구름‥건설 경기 살려야”

김 원장은 하반기 경제도 안심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얼마 전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2.8%로 올려잡으면서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란 낙관론을 피력했다.

그는 “미국경기가 예상보다 조금 빨리 회복한다면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경제의 경착륙이나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위협요인이 돼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원장은 “내수 쪽에서는 기회가 될만한 게 별로 없다”며 내수부진이 당분간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내수는 투자와 소비 두 축인데, 가계 빚과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내수는 살아날 기미가 없다”면서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에서 파열음이 커진다면 경기가 더 차갑게 식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김 원장은 내수 경기와 가계 빚 문제의 연결고리인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면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4·1대책을 내놨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서 “장작에 불을 붙이려 하면서 불쏘시개를 아끼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건설 부문은 GDP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4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면서 “성장률을 높이려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설 부문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협 전문가가 본 개성공단 해법은?

현대경제연구원은 북한 경제상황과 관련된 보고서를 자주 내놓는다. 모기업인 현대그룹이 대북사업을 주도하면서 자연스레 정보를 축적해 온 결과다. 김 원장도 개성공단 사업 기획단계부터 참여한 남북경협 전문가다. 그는 사업 초창기 북한의 대남실세 앞에서 브리핑을 했을 정도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놓고 남북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난항 속에서 갈등을 풀 해법은 뭘까.

김 원장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개방을 통한 자유화 바람이 유입되는 것이다. 군부를 포함한 강경세력도 이를 걱정해 개성이나 금강산 관광을 막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을 했다. 그는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직원들은 일 끝낸 뒤 목욕을 한 뒤 남쪽 화장품을 바르면서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기장 좋아한다”면서 “이런 게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가는 훈련이고, 통일을 위해서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어 “(공산주의는 역사적으로)고기도 먹고 떡도 먹으면서 서서히 무너졌다”면서 개성공단이 경제적인 효용도 크지만,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는 창구로서 활용가치도 높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지금 북한은 중국 영향력이 절대적인데, (개성공단을 포함한 경협이 활성화 돼)우리 의존도가 커진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면서 “개성공단은 조금 양보하더라도 다시 가동하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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