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회장의 한라건설 살리기.. 계열사 동원 '승부수'

  • 등록 2013-04-14 오후 1:10:32

    수정 2013-04-14 오후 1:10:32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1997년 한라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저에게 가장 큰 위기는 IMF 외환위기였습니다. 정말 힘들었지만 고통 뒤에 얻는 것도 분명히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직원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고 한마음 한몸이 되면서 한라그룹은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올해 초 출간한 그룹 50년 역사를 담은 사사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경영활동에서 가장 큰 위기를 이같이 회고했다.

정 회장이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라건설을 살리기 위해 우량 계열사인 만도를 동원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한라그룹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 정인영 명예회장이 지난 1962년 설립한 현대양행으로 출발해 1996년에는 18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12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부도를 맞았고 만도 등 대부분의 계열사가 매각되거나 파산했다.

그룹이 생존위기를 겪었던 1997년 정 회장은 부친인 고 정인영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취임했다. 정 회장은 한라건설 중심의 내실경영 강화로 그룹 명맥을 잇다가 2008년 만도를 되찾아 옛 명성을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한라그룹의 양대 사업축은 건설과 자동차 부품이다.

정 회장에게 한라건설은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서는데 발판이 됐던 회사다.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만도(060980)의 돈으로 부실해진 한라건설(014790)을 지원하기로 결단한 것도 그만큼 애착이 깊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한라건설의 위기가 지속되자 지난해말 만도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한라건설 대표이사직만 맡아 책임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그동안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자회사인 한라엔컴 주식을 한라건설에 무상증여하는 등 총 105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국내 주택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한라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우량 계열사의 돈으로 부실 계열사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것도 여기에 있다.

이달 한라건설은 총 3435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만도 자회사인 마이스터가 참여한다. 만도가 마이스터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3786억원을 투자하고, 마이스터는 이 자금 가운데 3385억원을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정 회장은 이번 유상증자에도 일부 참여하며 자회사인 한라I&C 주식을 한라건설에 추가로 무상 출연키로 했다. 한라건설은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와 자구 노력이 완료되면 부채비율이 작년말 556%에서 200% 이내로 대폭 낮춰지게 된다.

만도는 지난해 255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작년말 현재 9000억원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만도 차이나가 상장되면 3000억원 이상의 추가 유동성이 들어올 예정이다

한라그룹 관계자는 “만도가 한라건설을 지원해도 전체 유동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그룹 차원의 대외 신인도 회복을 위해선 한라건설의 조기 경영정상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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