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식품업계, 용량 줄이기 '꼼수' 이제 그만

  • 등록 2023-11-17 오전 7:00:00

    수정 2023-11-17 오전 7:00:00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10여년 전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덤으로 왔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질소를 가득 채워 빵빵한 과자 봉지를 열었더니 정작 과자는 절반도 들어있지 않아서다. 제과업계의 꼼수 판매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세월이 흘렀어도 식품업계의 행태는 여전하다.

최근 식품 물가가 치솟으면서 정부가 제품가격 인상을 억제하자 같은 가격에 용량을 줄이는 소위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을 넘어 제품·서비스 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skimp+inflation)’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스킴플레이션은 식음료 업계가 가장 교묘하게 가격인상 효과를 거두는 방법이다.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점을 악용하는 느낌마저 준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델몬트 오렌지 100% 제품의 과즙 함량을 80%로 줄였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대신 올리브유와 해바라기유를 반반 섞은 ‘블렌딩 오일’로 교체했다. 해바라기유는 올리브유 대비 단가가 낮다.

기업들의 고충도 이해는 간다. 원가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고 싶지만 고물가·고금리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마당에 가격 인상은 소비 심리를 더욱 꺾기 마련이다. 특히나 정부가 먹거리 물가 집중 관리에 나선 시국에 미운털이 박힐 수도 없다.

우선 제품의 질과 양을 조정하면 가격인상 효과를 거둘 수는 있다. 하지만 들통이 나는 순간 브랜드 이미지는 나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믿고 구입했던 상품이나 브랜드가 꼼수를 부릴 때 소비자들의 실망감은 클 수 밖에 없다.

여기에는 가격을 놔둔 채 양만 줄이면 소비자들이 모를 수 있다는 오만함이 담긴 게 문제다.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제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기업의 책무다. 정부가 굳이 나서서 중량이나 성분함량 표시 등을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엄정 제재하겠다고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시쳇말로 ‘먹는 것으로 장난치면 천벌 받는다’는 말이 그냥 나오는 얘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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