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무리한 규정 적용 지적
7일 열리는 우리금융지주의 정기 이사회를 하루 앞둔 6일 우리금융 이사들이 비공식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이사들은 손 회장 중징계를 둘러싼 거취 문제를 두고 의견을 나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손 회장(상임이사)과 과점주주들을 대표하는 노성태·박상용·정찬형·전지평·장동우 등 5명의 사외이사, 예금보험공사 측의 배창식 상임이사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이날 손 회장은 사퇴하지 않고 연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3일 윤석헌 금감원장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손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중징계) 결정을 결재해 이번 제재가 확정됐다. 금융회사 임직원이 문책경고를 받으면 향후 3년간 임원으로 취업할 수 없다.
그럼에도 손 회장은 강공을 택했다. 일부 논란이 있었지만, 이사회도 손 회장의 의사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사회가 “그룹 지배구조에 대해 기존에 결정한 절차와 일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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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회장이 강하게 나갈 수 있는 건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의 근거가 미흡하다고 판단이 배경이다.
지난달 16일과 22일, 30일 등 3차례 열린 금감원 제재심에서 대상자인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측은 중징계의 법적근거가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제재의 근거 법률인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만 규정돼 있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기준을 갖추고 있다. 이 문구만으로는 처벌이 애매하다. 이에 금감원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시행령의 문구로 근거를 추구했다. ‘내부통제 기준이 있더라도 실효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실제 구체적인 징계 및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는 데다 시행령까지 끌어들인 징계가 과연 적절한 것이냐는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다.
금융위 “연임, 주주·이사회가 결정할 사항”
우리은행 노동조합 지지도 손 회장의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은행 노조는 최근 설명에서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에 대해 “책임회피를 위한 독단적인 권한 남용”이라고 비난하며 손 회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우리사주조합은 우리금융지주 6.42%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손 회장이 연임 결정은 금융당국과 법적 소송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손 회장은 연임을 위해서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소송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는 손 회장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이 금융당국 중징계를 받으면 일부 시기의 차이가 있었지만 대체로 중도 퇴진했다. 각종 허가·승인 권한과 감독권한을 가진 금융당국의 결정에 맞서는 게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손 회장의 전임인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2017년 11월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바 있다.
금융위는 제재 당사자 연임문제에 대해 “금융회사 주주와 이사회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회사와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