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국회의원들이 1년 중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시기이지요. “지역구에 선물 하나 줘야지”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계속 당선되려고 어필하는 건데요. 그렇다고 그리 단순하게 볼 일도 아닙니다. 지역구 의원들의 이런 ‘예산 챙기기’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몇가지 시사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과(過)도 있지만 그 불가피성도 있다는 겁니다.
“지방재정 취약해 지역구 의원에 의지할 수 밖에”
먼저 부정적인 면입니다. 저는 지역구 의원들이 예산을 보는 행태를 순수하게만 보진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치적쌓기’에 과도하게 열을 올리는 탓이지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대표적입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정부 예산안을 예비심사하더니 2조4686억원을 더 늘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다수가 도로 철도 등입니다. 정부는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는데 의원들이 새로 넣은 것도 62건(국토교통부 소관)이나 됐지요. 국무조정실 등을 소관기관으로 하는 국회 정무위원회가 24억원 감액을 요구한 것과는 완전히 대비됩니다.
지역구 의원들의 예산 전쟁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문제는 추가적인 SOC 투자가 국가 전체로 보면 비효율을 낳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SOC스톡(총량)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습니다. 특히 G20 국가 중 국토면적당 고속도로 연장 순위는 1위입니다. 물건을 만들어 신속하게 실어날라야 했던 고도성장기 때는 도로 만들고 철도 놓고 터널 뚫고 공항 짓는 게 필수적이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인의 예산 챙기기에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지방재정이 갈수록 멍들고 있다는 점 때문인데요. 한 지역구 의원의 측근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취·등록세나 자동차세 같은 지방세 등) 자체수입으로 공무원들 월급도 못주는 지자체가 상당수입니다”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이런 곳이 무려 78곳입니다.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1995년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1995년 63.5%에서 현재 44.8%로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지방자치 20년이 됐지만 갈수록 그 취지는 퇴색되고 있는 겁니다.
중앙과 지방은 복지폭발의 시대를 맞을 준비됐나
우리사회는 위기의 지방재정을 심각하게 여겨야 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복지폭발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난주 이 코너에서 설명을 드렸지요.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로부터 교부금을 받고 위임 받아 진행하는 사업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보육 교육 요양 같은 대인 서비스 형태의 복지는 지역을 잘 아는 지방정부가 맡아야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지요. 지자체가 중앙의 보조를 받아서 하는 사업은 2008년 47.4%에서 2013년 57.7%로 크게 늘었습니다. 지방 입장에서는 달가울리 없겠지요. 자체적으로 사업을 벌이고 싶은 욕심이 왜 없겠습니까. 누리과정(만 3~5세 무상 보육·교육) 논란도 그저 우리시대의 자회상일 뿐입니다.
글 하나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박지현 한국지방세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최근 국회 예산춘추에 기고한 건데요. 그는 “지자체의 사회복지 지출은 2013년 37조3000억원에서 2020년 78조5000억원, 2030년 182조4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지방세입은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해답은 결국 대화 아닐까요.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감정적으로 서로에게 손가락질 하면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봅니다. 박 부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복지재정 분담은 지자체가 과도한 부담에 반발하면 중앙에서 추가 재원을 임시로 지원해 갈등을 해결했다”면서 “하지만 사회복지 지출 규모가 커질수록 임시로 해결하기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중앙과 지방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돈이 없으면 빚을 지라’는 식의 접근법은 국가적 위기만 불러옵니다. 지방재정이 튼튼해져 지역예산에 목 매는 의원이 줄수록 우리 정치도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요. 자,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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