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소씨앗 전선을 지키는 선봉장

농업의 반도체,'씨앗'개발하는 국내대표 연구소 탐방
동부팜한농 육종연구소 김형태 소장 인터뷰
  • 등록 2014-03-03 오전 8:22:41

    수정 2014-03-03 오전 8:22:41

[경기도 안성=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외환위기 이후 다국적기업들이 4분의 3 정도를 과점하던 국내 채소씨앗 시장에서 이제는 국내 업체들이 오히려 80%에 가까운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상전벽해죠.”

경기도 안성시 양성에 있는 국내 1위 종자업체인 동부팜한농 육종연구소 김형태 연구소장은 “국내업체들의 노력으로 종자 주권을 찾아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5만2000평의 부지에 비닐하우스 연구단지 200여동을 두고 있는 동부팜한농 육종연구소는 상추, 배추, 고추, 무, 양배추, 수박, 오이, 참외, 파, 양파, 당근 등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채소 13종에 대한 씨앗 연구 및 품종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연구소는 이들 채소 씨앗에 대해 육종분야의 특허권으로 불리는 품종보호권 100여권을 확보하고 있다. 이 덕분에 국내시장 90%를 외국 다국적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는 화훼종묘 분야에 비해 채소씨앗 시장에서는 토종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한다.

“품종 하나 개발해 상품화하기까지는 보통 10년 정도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동부는 첨단 연구방법인 DNA 기법을 적용해 이를 5년으로 단축시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김형태 동부팜한농 육종연구소장은 “거대 다국적 기업들과 국제 무대에서 겨루기에는 아직 국내업체들이 힘에 부친다”면서도 “해외 틈새 시장을 집중공략한다면 세계적 업체로 성장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류성 산업 선임기자
김 소장은 씨앗의 품종개발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인내와 끈기가 필수적이며, 최고 경영자가 사명감과 장기적인 비전을 갖추지 않고서는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가 어려운 사업분야”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종자사업으로 150여개 회사가 있지만 대부분 영세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채소종자 시장은 최근 시장성장세가 연평균 3%에 불과할 정도로 포화상태다. 올해 국내시장 규모는 2000억 원 규모다. 이에 비해 세계 채소시장 규모는 5조5000억 원 규모로 잠재력이 크다. 동부팜한농은 종자사업으로만 지난해 58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650억 원 돌파가 목표다.

김 소장은 “이제 국내 채소종자 업체는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절박한 시점에 도달했다”며 “동부도 해외 주요 국가별로 맞춤형 채소종묘를 개발해 해외시장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는 지난해 중국, 일본, 미국, 동남아 등에 채소씨앗을 수출해 매출 60억 원을 올렸다. 이들 국가에 적합한 고추, 무, 배추, 수박, 오이, 멜론, 양배추 등의 수출전용 품종을 자체 개발한 덕이다.

“기존에는 농민들을 위해 기후 변화에 강하고 생산 효율이 우수한 품종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최종 소비자들이 원하는 종자의 연구 개발에 중점을 두는 추세로 바뀌고 있습니다.”

김 소장은 채소 종자시장에서도 다른 비즈니스 분야와 비슷하게 최종 소비자를 최우선하는 트렌드가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부팜한농 육종연구소도 이 추세에 맞춰 라이코펜 함량을 높여 항암효과를 극대화한 토마토나 안토시안을 다량 포함한 항암 양파, 베타카로틴 성분을 150배 늘린 다이어트용 배추 등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종자는 씨앗이며 씨앗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종자 하나 하나에 국민들의 먹거리가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식량 안보를 지키는 파수꾼이라는 사명감과 철학을 갖고 사업을 벌이고 있다.”

김 소장은 “거대 다국적 기업들과 국제무대에서 겨루기에는 아직 국내업체들이 힘에 부친다”면서도 “해외 틈새 시장을 집중공략한다면 세계적 업체로 성장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국내 간판주자인 동부팜한농은 종자사업분야에서 2020년 수출 700억 원을 포함, 매출 2000억 원을 달성해 세계 ‘톱 5’에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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