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직장의 神'에 비친 슬픈 달인

  • 등록 2013-04-29 오전 8:53:24

    수정 2013-04-29 오전 8:53:24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그건, 제 업무가 아닙니다만..”

추가 업무를 요구하는 상사에게 대놓고 거절한다. 계약서에 없는 잔무와 야근은 무조건 No!다. 맘에 없는 회식도 남의 일이다. “무소속인 제가 불필요한 친목과 아부로 몸 버리고 시간 버리는 자살테러 같은 회식을 행할 이유가 없습니다”고 대꾸한다. 인기 드라마 ‘직장의 신’의 주인공 ‘미스 김’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대사를 마음껏 내뱉는다. 그야말로 정규직에 맞서는 슈퍼갑 계약직인 셈이다.

그녀의 당당함은 완벽한 프로페셔널에서 나온다. 3개월 기한으로 파견 나온 계약직이지만, 계약과 관련된 일이면 척척 해낸다. 간장 게장 담그는 이벤트를 비롯한 각종 기술과 잡무, 남자 못지않게 힘 쓰는 일 등 못하는 게 없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를 대체하려면 정규직원 3명을 고용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그렇게 원하는 ‘터미네이터’ 같은 존재다.

사실 ‘달인’의 존재는 익숙하다. 방송 ‘생활의 달인’에서 우린 수많은 ‘터미네이터’를 본다. 그들은 단조롭기 짝이 없는 일을 기계보다 더 열심히 하다가 기계보다 더 정확하게 적응해 버린 존재다. 달인은 보통 사람의 2~3배 일을 해낸다. 보통 사람은 오히려 비정상이 된다. 그들이 우상이 된 시대는 드라마에서 보여주고자 하듯이 역설적으로 ‘비현실적’이다.

현실은 보통사람인 비정규직이 800만 명이나 되는 시대다. 비정규직은 미쓰 김이 비꼰 것처럼 ‘쓰다 떨어지면 언제든 새로 갖다 쓸 수 있는 호치키스 심’ 같은 존재다. 정규직과 동일노동을 하더라도 동일임금이 지켜지지 않는다. 연장 근무를 해도 추가수당이 없고, ‘어닝 서프라이즈’때 상여금 잔치도 이들과 무관하다. 열심히 일을 해도 정규직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정규직과 연봉 격차는 줄지 않는다.

물론 회사가 이들을 모두 정규직화 할 수는 없다. 때로는 단기적으로만 필요한 일도 있다. 하지만 회사의 핵심 업무에, 그것도 정규직과 동일노동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비정규직을 고용할 이유도, 차별을 둘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종업원의 고용상태가 불안정할 경우 오히려 회사에 손해가 된다는 연구도 수없이 많다.

정부의 압박에 떠밀린 모습이지만 최근 대기업들이 대거 정규직을 전환하는 모습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 비정규직 삶은 여전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이젠 상식이 돼야 한다. 사실 미스 김이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닐까. “달인이 우상이 되는 슬픈 현실은 이젠 그만 No!”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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