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D)KT 롤스터 우승 "창단 10년 한 풀었다"

프로리그 정규 프로 시즌 첫 우승…99년 창단 이후 처음
이영호 MVP "세계 무대 도전장"…폭염 속 3만 여명 관전
  • 등록 2010-08-08 오전 10:24:11

    수정 2010-08-10 오후 3:11:41

[부산=이데일리 유준영 기자] KT 롤스터(Rolster)가 e스포츠대회 우승팀으로 확정된 순간, 감독과 선수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감격했다. 1999년 팀 창단 이후 10년 만에 처음 가져본 프로리그 우승 타이틀이었다.

7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특설무대에서 열린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시즌’ 결승전에서 KT 롤스터는 통신사 라이벌이자 지난 시즌 우승팀인 SKT를 누르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KT는 ‘우정호-김대엽-박재영’ 프로토스 삼총사의 민첩한 공격력과 이영호의 철벽수비 전술이 상대방을 보기 좋게 따돌리면서 4대 2 극적인 승리를 만끽했다.

KT롤스터팀이 우승 후 기념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기 하루 전날 열린 '생각대로T 스페셜포스 프로리그' 2010 결승전에서 STX에 0점으로 대패한 KT에겐 매번 우승의 문턱에서 고개를 떨군 악몽이 되풀이되는 듯 해 보였다. 하지만 이날 이영호의 차분한 경기진행에 힘 입어 KT는 신한은행 프로리그 새 우승팀이란 역사를 일궈냈다.

결승전답게 매 세트마다 박진감 넘치는 대결이 펼쳐졌다.

KT진영 우정호, 김대엽이 맹공을 퍼부으며 SKT의 기세를 가뿐히 누르자 대회는 KT로 기운 듯 했다. 하지만 3세트 SKT 도재욱이 KT 박지수를 끌어내리면서 2대 1의 세트 스코어를 만들자 KT 진영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이렇게 또 판이 뒤집어질까’ 6세트까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었다.

벼랑 끝에 몰린 SKT는 정명훈 카드를 내세워 KT 고강민의 무릎을 꿇렸다. 다섯 번 정규시즌 결승전에 진출해 세 번이나 우승컵을 거머쥔 바 있는 SKT의 내공은 큰 무대에서 강한 팀답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번 리그 최종 승부는 6세트로 넘어갔다. KT는 마지막 승부수로 이영호 카드를 빼들었다. 그는 SKT 박재혁을 수비중심의 플레이로 꽁꽁 묶어놓으면서 경기를 지켜냈다.

이영호는 KT를 정규리그 1위 팀으로 올려놓은 핵심 플레이어로서 시즌 57승 최다 승률의 MVP 명애까지 모두 독차지했다.

MVP로 선정된 이영호

이지훈 KT 감독은 대회 직후 인터뷰에서 “6세트에서 SKT가 저그로 밀고 나올 것이라 예상하고 이영호 선수에게 저그 전을 지시했다”며 “힘든 첫 번째와 두 번째 경기를 지켜내면서 승리를 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감독은 이번 대회 ‘3프로토스’ 전략에 관해 “과감한 전략이었다. SKT 저그에 대해선 어떤 선수가 나와도 이젠 자신 있다”고 덧붙였다.

결승전 MVP인 이영호 선수는 “모든 것을 다 이뤘다고 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이윤열 선수가 가지고 있는 기록과 세계 무대에서의 우승 등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이 많이 남아 있다”며 더 큰 꿈에 대한 도전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e스포츠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 관전평으로 “드라마 같은 막판 굳히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초반 연속 1~2세트를 따내면서 상대방 선수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한 것이 주효했다”고 풀어놨다.

한편 이날 경기가 열린 부산은 2년 만에 내려진 ‘폭염 주의보’에도 불구하고 1만3000석 좌석이 대부분 가득 찼다. 주최측에 따르면 3만 여명의 관중들이 앉거나 서서 경기를 지켜봤다.

e스포츠 선수들의 팬 서비스도 다양하게 연출돼 관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1세트 우정호가 승리하자 관전하던 공군 에이스 플레이어 홍진호가 깜짝 댄스를 선보였고, 3세트를 승리로 마감한 도재욱은 옷 찢기 세러머니를 펼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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