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여야가 지난해 진통 끝에 통과시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된 첫 선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거대 정당들이 의석수를 지키기 위해 비례위성정당이란 꼼수를 자행하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당기면서다. 애초 선거법 개정의 취지인 군소정당의 국회 진출이란 명분을 퇴색시켰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35개의 정당이 참여해 비례대표 용지 길이가 50cm에 육박한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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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비례대표 정당 투표 의향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 더불어시민당이 23%의 지지율을 받았다. 이어 미래한국당 22%, 정의당 13%, 열린민주당 8%, 국민의당 6%, 민생당 2.6%로 나타났다. 부동층은 22%로 집계됐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은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이다. 두당이 전체 비례정당 투표의 절반에 가까운 지지율을 얻었다. 민주당의 제2의 비례정당으로 평가받는 열린민주당의 지지율까지 합치면 거대 양당의 지지율이 53%로 과반을 차지한다. 이번 총선에서 35개의 정당이 등록했지만 3개 정당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을 위해 만든 제도다. 군소정당 표의 사표(死票)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해 이번 총선부터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나머지 17석은 기존 방식대로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한다.
선거법 개정 취지를 퇴색시킨 거대 양당의 꼼수 정치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면서 유권자의 표심에도 변화의 기류가 엿보인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결과 최근 4주간 정의당 예상 득표율은 9%에서 16%까지 뛴 것. 부동층이 20%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투표 당일 거대 양당의 꼼수에 철퇴를 내리기 위한 유권자들의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이다. 한국갤럽 측은 “지난 2016년 국회의원선거 당시 선거일 직전 이틀 전까지도 투표의향 비례대표 정당 변화가 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