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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등본, 등기부등본 등 정부가 인정한 기록을 열람하고 사본을 발급 받을 시에는 1000원 미만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왜 수수료가 들까?
은행에 예치한 내 현금을 타 은행 등으로 이체하고 수표, 증서를 발급받고 인지대, 부채증명서 발행, 외환 관련 환전, 이체, 수표 매입과 추심 등에도 마찬가지다. 이들 수수료는 정확한 근거와 내역으로 계산된 듯 보이지만 때론 고무줄처럼 수수료가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폐지되기도 한다. 왜 우리는 이처럼 일견 이해할 수 없는 수수료를 아무 반박 없이 내는 것일까?
이들 수수료는 결국 정부와 은행에 대한 신뢰의 대가다. 개인 간의 계약과 거래 등에 있어서 정부와 은행이 신뢰를 보증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믿음으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집을 사고 팔 때 부동산중개소가 두 개인 간의 거래에 수수료를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만일 두 개인이 서로 100% 신뢰한다면, 그래서 굳이 중간의 제 3자가 신용을 담보하고 보증하지 않아도 된다면 우리는 이처럼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던 수수료를 계속 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들은 좋지만 이처럼 중앙에서 신뢰를 담보로 존재하던 기관, 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앞서 살펴본 보증, 금융, 거래, 유통 외에 음악을 거래하는 시스템, 삶을 위협하는 경제적 위험을 나눠주는 보험 시스템 등도 중앙에 이를 거래하고 중재하는 중앙집권적 권력이 있다. 이들 권력은 잘 짜인 시스템을 통해 존재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와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만일 이 중앙 권력의 개입 없이 잘 짜인 시스템을 통해 개인들 간에 거래와 계약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중앙기관은 필요 없어지며, 그 기관에 제공하던 수수료, 보상도 절약된다. 더 나아가 그 중앙기관을 운영하는데 발생하는 비용과 시스템의 취약성(보안, 해킹, 부정 등)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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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인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은 이 같은 블록체인이 동작될 수 있도록 해주는 참여자들의 자원 투자에 대한 보상이다. 블록체인이 동작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컴퓨터 파워가 필요한데, 이 컴퓨터 파워를 제공하는 참여자들에게 기존의 화폐가 아닌 해당 블록체인에서 이용할 수 있는 화폐를 줌으로써 블록체인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블록체인은 기존의 시스템을 와해하는 새로운 혁신 기술임은 자명하다. 이 기술이 작동되기 위해 필요한 거름이 암호화폐다. 최근 비트코인 발 암호화폐의 투기성 이슈는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기회와 가능성보다는 당장의 욕심을 채우고자 하는 얄팍한 집단 이기주의가 작용해 발생한 것이다. 블록체인과 이를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암호화폐는 향후 10년 내에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단, 그것이 지금의 현실 속 화폐를 대체하는 법정화폐나 세계 공용으로 사용되는 화폐로서의 지위를 갖기엔 어려울 전망이다. 기존의 신용카드 마일리지나 특정 기업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도토리와 같은 가상화폐보다는 역할이 더 중요하고 범용적이겠지만 실물 화폐로서의 사용은 제한적일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개념의 화폐로서 기존 화폐와 함께 새로운 시스템,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하며 점진적 성장을 해갈 것이다.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입출금하며 거래소에서 투기 마냥 거래하는 것은 개인의 피해를 넘어 국가 경제를 흔들 우려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악용될 소지가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가지는 블록체인과 연계된 미래 사회의 기회가 이 규제로 인해 흔들려선 안 된다. 이 둘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암호화폐는 해당 블록체인이 이용되는 생태계를 성장시키는데 중요한 보상 수단이고 거래 촉매제이기에 그 영역 내에서 활발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그냥 두어야 한다. 그것이 현재의 산업과 사회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문제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생태계 내에서 플랫폼을 더욱 건강하게 성장시키면서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