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티켓값까지 당겨쓰는 항공사들

아시아나, 향후 2년6개월 국제선 요금 담보로 4600억원 조달
대한항공도 지난해 카드결제금액 담보로 6000억원 조달해
장래매출채권 자산유동화…정상 회사채 차환 어려워 대체수단
조달비용 유리하지만 발행잔액 많아지만 자체신용도 부담
  • 등록 2016-03-25 오전 6:50:00

    수정 2016-03-25 오전 8:53:06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은 24일 국제선 여객항공권 현금판매대금 일부를 담보로 4600억원의 시장자금을 조달했다. 그런데 담보로 내놓은 판매대금은 현재 발생한 것이 아니라 향후 2년 6개월간 받을 것으로 예상한 ‘미래 수입’이다.

대한항공(003490)도 지난해 초 같은 방식으로 6000억원을 조달했다. 대한항공은 2020년 1월까지 고객들이 비씨카드로 결제할 국내·국제선 항공요금을 담보자산으로 내놓았다. 이러한 자금조달기법을 ‘장래매출채권(Future Flow) 자산유동화’라 부른다.

아시아나항공이 24일 4600억원을 조달한 장래매출채권 자산유동화 구조도


자산유동화는 담보가치가 있는 자산을 활용해 기업활동에 필요한 자금(유동성)을 조기에 융통하는 방법이다. 대출로 받으면 자산담보부대출(ABL), 단기로 융통하면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항공사처럼 만기를 비교적 길게 가져가는 회사채로 발행하면 자산담보부증권(ABS)이 된다. 담보로 쓰이는 기초자산 종류에 따라서도 여러 형태로 나뉘는데 항공사들은 현존하는 매출채권이 아닌 ‘미래에 발생할 예상수입(장래매출채권)’을 활용한 것이다.

항공사가 미래에 받을 항공티켓대금을 당겨쓰는 것은 당연히 항공기투자나 차입금 상환 등 써야 할 비용보다 현재 가지고 있는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보는 크레딧시장에서는 유가하락과 해외여행객 증가라는 우호적 환경이 동시에 찾아왔음에도 양대 항공사의 실적개선이 요원하고 빚마저 줄여나가지 못하는 모습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그룹이라는 계열지원 부담을 안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양대 항공사가 마주하고 있는 주요 이슈. 영향력의 크기는 검정색이 많을 수록 크다는 의미.(자료: NICE신용평가)


2년여 전까지 A급이었던 대한항공의 기업신용등급은 현재 BBB+급으로 내려왔고, 아시아나항공은 그보다 한 단계 낮은 BBB 등급을 받고 있다. 양사 모두 최근 회사채시장 냉각기류에서 기존에 조달한 자금을 원활히 차환하기 어려운 등급 수준이다. 지난 2월 대한항공이 1500억원 규모의 무보증회사채 발행에 나섰을 때 대량 미매각 사태가 난 것도 항공사를 바라보는 자금시장의 냉정한 시선을 방증한다.

결국 담보 없이는 자금조달이 쉽지 않아지면서 대체 조달통로로 미래에 받을 수입을 내놓고 유동화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항공사가 발행하는 장래매출채권 자산유동화증권은 일반 무보증회사채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어 자금조달비용면에서 회사에 유리한 점도 있다. 업종 특성상 부도가 나도 비행기를 띄우지 못할 가능성은 낮아서 그만큼 확실히 받을 수 있는 채권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예상수입 대비 실제 조달금액도 20~30% 수준이어서 담보가치도 충분한 편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도 회사채 등급(BBB)보다 두 단계 높은 등급(A-)을 받았다.

그렇다고 미래에 들어올 예상수입을 담보로 잡고 무작정 돈을 끌어올 수는 없다. 동일한 예상수입으로 복수의 유동화를 할 수 없고, 유동화 금액이 너무 커지면 회사의 자체 신용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작년 말 기준으로 2조원대 초반의 장래매출채권 잔액이 있고, 아시아나항공도 최근 발행으로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크레딧시장 관계자는 “장래매출채권 유동화증권 발행 잔액이 많아지면 그만큼 기존 회사채 상환자금이 중간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신용평가에 장래채권 ABS 발행에 대한 분석과 반영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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