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애물단지·아픈 손가락·천덕꾸러기. LG전자(066570) 스마트폰 사업을 일컫는 표현들입니다. ‘가전의 명가’이자 피처폰 시절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던 LG전자지만, 스마트폰쪽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한 이후 LG전자는 출발이 늦었을 뿐 아니라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23분기 연속 적자, 누적 손실액 5조원이라는 오명을 기록했고요. 급기야 최근엔 매각설이 꽤 구체적으로 나오면서 산업계는 물론 증권가까지 뜨겁게 달궜지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 속에 LG전자 주가는 치솟았고, LG폰 사용자들을 비롯해 “아쉽다”라는 목소리도 많이 들려옵니다. 하지만 LG전자가 공식적으로 매각이나 사업철수를 밝힌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LG폰이 사라질 것처럼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사실무근→ 모든 가능성 열어놨다…매각도 검토
언론과 시장에서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해당 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LG전자의 공식 입장 변화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연말 연초 인사 및 조직개편 시기가 되면 MC사업본부의 사업축소·매각설은 꾸준히 반복되는 계절성 이슈가 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LG전자측에 문의를 하면 어김없이 “사실무근이다”라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당장은 적자를 내고 있는 사업이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버리기도 힘든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사장)는 최근 잇딴 매각설 관련 보도와 직원들의 동요에 대응해 임직원들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냅니다. 권 사장은 “LG전자는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지난 2019년 초 권 사장은 올해(2021년)를 스마트폰 사업 턴어라운드의 마지노선으로 잡았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는 점을 공식석상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변화가 생긴겁니다.
평소 맺고 끝는 것이 분명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권 사장의 스타일을 생각했을 때 분명한 태도 변화가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아직은 매각 등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식의 언급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것이지요.
|
“물밑 협상 진행 중”…살 사람 있는지도 관건
한쪽에서는 매각이나 사업 철수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결론이 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시장 원리상 ‘팔고자 해도 살 사람이 있어야 팔리는 것 아니냐’는 논리와 ‘훗날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우선 매각 대상자가 있느냐 하는 부분부터 보겠습니다. 증권업계에선 대체적으로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다는 선택지를 검토하는 것이나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기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장담하기 힘들단 겁니다.
한 연구원은 “인수합병(M&A)은 신의 영역”이라며 팔고 싶다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현재 LG전자 입장에서는 매각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수 있지만, 모든 거래가 그렇듯이 살 사람과 팔 사람의 이해관계가 일치해야 비로소 계약이 성립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 상태이고, LG폰은 점유율 기준으로 업계 10위권에 간신히 드는 처지입니다. 스마트폰 공장은 반도체 공장과 달리 생산설비 측면이나 기술력 측면에서 진입장벽이 낮아 딱히 잇점이 없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관련 각종 특허와 프리미엄폰 기술력이 장점이지만 LG전자가 이를 다 포기할 것인지, ‘알짜’를 빼고 매각을 추진할 경우 과연 매력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업체 중에서도 미국이나 유럽쪽은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제조사를 인수하거나 스마트폰 사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뼈아픈 경험이 있고, 유럽쪽은 노키아마저 포기한 마당에 굳이 나설 동력이 없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