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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꾹 다문 입술, 처연한 눈빛이 만든 비장한 얼굴에선 복잡한 감정만 흐른다. 한마디로 빼내는 게 도저히 불가능한 모든 상념은 저이의 얼굴색에 옮겨왔나 보다. ‘흔적’이다. 삶과 역사, 시간과 망각, 생과 죽음이 뒤엉킨, 때론 사라져버리기도 때론 살아남기도 하는 그것.
작가 권순철(76)이 ‘윤봉길’(2017∼2020)의 얼굴에 그 흔적을 붙들어뒀다. 작가는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슬픔을 예술로 보듬어 왔다. 한국근현대사의 이면을 헤집는 회화작업은 그 단면이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산과 강, 누구나 볼 수 없는 넋까지 들여다봤다.
직관적이고 강렬한 붓질은 작가 화업의 바탕이다. 칠하고 또 칠해 튀어나올 듯한 레이어를 쌓고 밀도를 극대화한다. 더 한 줄의 선도, 말도 보탤 수가 없다.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로30길 가나아트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흔적’(Trace)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62×130㎝. 작가 소장. 가나아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