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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에 대한 청년들의 불신과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청년에 대해 관심이 없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며, 이념논쟁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얘기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은 청년세대에겐 남의 나라 말로 여겨졌다.
선거때만 청년 찾으니..“청년문제 가볍게 생각해” 70.5%
이데일리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진행한 ‘2030 청년세대에 새로운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는 주제의 여론조사에서 청년의 78.0%가 부모세대의 빈부격차가 자식세대에서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3.9%에 그쳤다. 다시 말해 부의 대물림 현상이 심각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청년들의 인식을 알면 최근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조국 사태’에서 청년세대가 화가 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부모가 부자가 아니면 자식도 부자가 될 수 없는 현실에서 아버지를 잘 만나 승승장구하는 조국 딸을 보는 것 자체로 청년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무력감을 느낀 것이다.
선거철만 되면 청년을 찾고, 청년을 들러리 세우지만 막상 선거에 이기고 나면 청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치권의 행태도 이런 청년들의 인식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또 기성세대들이 변화된 환경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과거 자신들의 경험에 비춰 청년들을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도 청년들 입장에선 못마땅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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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청년들은 우리 사회의 고질병 중 하나인 이념갈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었다. 진보, 보수로 양분된 이념 논쟁을 끝내야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다는 질문에 응답자의 61.8%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같은 인식은 이념 성향이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64.9%)나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65.3%)나 큰 차이가 없었다. 우리 정치권이 국익이나 국민의 이익보다 이념에 의한 정파의 이익을 앞세우고, 대화와 타협 보다 갈등과 대립을 일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이런 인식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 과거 ‘안철수 현상’으로 대표되는 탈이념 실용주의가 청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청년 3명 중 2명(66.6%)은 차기 대선에서 진보, 보수가 아닌 새로운 후보에게 표를 던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탈이념 성향은 남성(61.9%)보다는 여성(71.8%)에서, 보수층(63.9%)보다는 진보층(73.2%)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청년층의 탈이념 실용주의를 내세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진보층의 탈이념 성향이 뚜렷한 점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또 청년들은 대통령이 갖춰야 할 개인적인 자질로 현실감각(27.0%)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어 신중한 처신(15.3%), 합리성(11.1%), 추진력(10.8%), 정직(10.1%)을 꼽았다.
대통령의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위기관리능력(22.1%)을 선택했다. 국민의견수렴능력(14.4%), 실리외교능력(14.1%), 정책추진능력(10.0%)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구정우 성균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디지털, SNS 문화 속에서 자라온 만큼 이념이나 공동체보다는 실용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당연히 기성세대들과 공정의 정의 자체가 다르다”며 “우리 사회와 정치권에서 이들을 ‘파편화된 힘없는’ 세력으로만 볼게 아니라 중요한 미래세대로 인식해야 하고, 2030세대 역시 정치참여, 사회참여 등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