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금융당국이 자기자본 수준을 △3조원 이상 △4조원 이상 △8조원 이상으로 구분해 단계별 인센티브를 부여키로 한 것에 대응한 조치다. 한화투자증권(003530)도 지난달 2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손실 보전의 성격이지만 이를 통해 자본을 9000억원대로 늘려 영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이같은 증권사들의 잇단 유상증자는 자기자본 확대로 원활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2011년에도 대형 증권사들은 종합 IB 기준인 자기자본 3조원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 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문제는 대부분 증권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를 넘지 못하는 저평가 상태에서 지금보다 저렴한 수준의 주식을 늘리면 주가 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에 있어 중요한 자기자본이익률(ROE) 또한 당장 감소가 불가피하다.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의 경우 지난해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연초 4000원대를 밑돌던 주가가 한 때 7000원을 넘기도 했다. 이후 4000억원 이상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주가는 하락세를 탔고 현재는 고점대비 40% 가량 떨어지며 과거 수준으로 돌아갔다. 연간 20%대의 높은 ROE를 기록했지만 올해엔 자기자본이 증가하면서 10%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유상증자 발행가액이 2245원으로 액면가(5000원)보다 크게 낮다. 이렇게 되면 자본잉여금 내 주식발행초과금이 약 2454억원 줄어 자기자본은 늘어나지만 순자산은 감소하는 형태가 된다. 현재 주가(2695원)보다 발행가액이 낮아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세력이 붙으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초대형 IB 당위성에 대해 의문을 품으며 금융당국의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자기자본 증가=경쟁력 확대’라는 공식에 함몰돼 실제 필요한 규제 개선은 지나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대형증권사 IB 본부장은 “증권업은 리스크를 감내하는 업종인데 고객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보험보다 규제가 더 강하다”며 “자기자본이 아니라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등 다른 규제를 조절만 해도 증권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