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성 김경은 기자] 은행의 수시출입금식(요구불예금 + MMDA) 예금 규모가 6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규모다.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언제든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으로 튈 수 있다는 뜻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566조31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급증했다. 잔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연초와 비교하면 15.9% 늘었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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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다 MMDA(단기저축성예금) 잔액 (113조544억원)까지 포함하면, 언제든 뺄 수 있는 은행의 현금성 대기자금은 679조3703억원에 달한다.
금융권에서는 특히 MMDA의 급증이 예사롭지 않다고 본다. 6월 기준 MMDA은 100조원이 훌쩍 넘은 113조54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보다 19.9%(18조7617억원) 증가했다. MMDA는 증권사에서 취급하는 MMF(Money Market Fund)와 비슷한 은행의 수시입출금 상품이다. 5000만원이나 1억원 이상 넣어두면 보통예금과 정기예금 사이 이자를 주는 은행 상품이다. MMDA는 자산가들의 파킹통장으로 쓰인다.
MMDA 잔액이 늘었다는 건 자산가들이 현금성 자산을 급격히 쌓아두고 있다는 뜻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MMDA는 이자는 보통예금보다 많이 주면서 수시입출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금이 많은 자산가나 사업가가 주로 많이 이용한다”면서 “자산가들의 투자 대기 수요가 그만큼 늘었다고 볼 수가 있다”고 말했다.
초저금리가 만들어낸 시중의 유동성의 증가는 기업의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자산시장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며 잇따라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동산 열풍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건 막대한 유동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는 실물과 자산시장 간의 괴리가 큰 디커플링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현재 자산 가격에는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이 반영돼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