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3차 남북정상회담' 열리는데…개성공단 여전히 '희망고문'

13일 남북고위급회담에도 개성공단 기업들 불신만
6번째 방북신청도 거부, 설비점검도 못하고 '끙끙'
새 정부 집권 후 1년 이상 기다렸지만 개선된 건 없어
  • 등록 2018-08-15 오전 10:20:12

    수정 2018-08-15 오전 10:20:12

13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무늬(분위기)는 좋지만, 실질적으로 이뤄진 건 하나도 없습니다.”

15일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까지 확정한 상황이지만, 개성공단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희망고문’만 늘어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개성공단 재개를 기대했는데, 이럴거면 아예 공단 사업을 정리하자는 얘기도 나올 듯하다”라며 이같이 토로했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최근 6번째 방북 신청을 했지만 “여건이 안 됐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3년 가까이 방치한 개성공단 내 설비조차도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정신적으로 피폐해져가고 있다. 아무 것도 기약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희망고문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다.

남북은 지난 13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남북고위급회담을 열고 다음달 평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남북관계가 보다 진전될 수 있는 기회인만큼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관심도 3차 남북정상회담에 쏠린 모습이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지난 1차 정상회담 당시에도 서울시 여의도 개성공단협회 사무실에 모여 박수를 치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최근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분위기는 그때와 달리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지난 1차 정상회담 당시 기대감이 컸다면, 이번에는 정부에 대한 불안·불신이 더 깊게 자리잡은 분위기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자 공단 재개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아무런 통보없이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한 박근혜 정부와 달리, 적극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서 공단 재개를 이끌 것이란 믿음에서다. 하지만 남북 관계는 여러 열강들 사이에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단기간에 개선되지 않았다.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단순 설비 점검차원 방북 요청조차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다. 개성공단 기업인들도 이 같은 사정을 알고 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터라 실망감이 확산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실제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약 1년간 이어지는 희망고문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개성공단기업 비대위에 따르면 현재 휴업 상태인 개성공단 기업들은 10개 이상으로 늘었다. 한 개성공단 기업인은 “지금 공단이 재개되더라도 피해가 누적돼 수익성을 맞추기 힘든 상황인데, 기간까지 길어지니 피폐해질 수 밖에 없다”며 “시간이 흘러가면 갈수록 고통은 배가 된다”고 하소연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는 것이다. 누구도 기약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그 어떤 계획도 세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정부에서 운영자금 대출을 받은 상황에서 채권채무관계를 해결하지 못한 채 폐업할 수 없는 것. 또한 개성공단에 남겨둔 자산이 현재 정부가 지원한 피해보상액보다 훨씬 큰 만큼 이를 포기하는 것도 어렵다. 폐업을 하면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남북협력사업자’ 지위가 사라지면서 관련 자산도 수출입은행으로 넘어간다.

개성공단기업 비대위는 오는 22일 후속 대책 마련을 위해 비상총회를 열 계획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대책이 나올 가능성은 희막하다. 기업인들끼리 서로의 사정을 토로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손발이 다 잘린 상태에서 대책이 있을 수 없다. 개성공단 기업 한 관계자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이 같은 개성공단 기업들의 희망고문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며 “적어도 설비 점검만이라도 하게끔 해주면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텐데, 조금만 배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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