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동양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빈털터리가 된 동양(001520)그룹 계열사들이 돈줄이 막히자 계열 증권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마치 우량 기업의 회사채인 것처럼 속여 개인투자자 자금을 끌어모은 사건입니다. 기업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고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날려 속을 태웠습니다.
인생을 살다 위기가 오면 기댈 곳이 어딜까요. 가족뿐이겠죠. 동양그룹도 애틋한 가족애를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분식회계 혐의로 점철된 빗나간 사랑이었습니다.
㈜동양은 빚더미에 앉게 되면서 계열사인 동양시멘트(038500) 주식을 사모투자전문회사(PEF)에 매각합니다. 그러나 완전히 판 건 아닙니다. PEF는 동양시멘트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보게 되면 동양에게 다시 샀던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put option)를 얻었습니다. 동양 입장에선 나중에 PEF가 주식을 되판다고 하면 돈을 내줘야 하기 때문에 이 풋옵션은 ‘빚’으로 회계장부에 기록해야 하지만, 동양은 이를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빚이 많다고 자랑하고 싶진 않았겠지요.
동양은 계열사 동양파이낸셜대부의 주식을 담보로 받은 뒤 이렇게 받은 담보를 PEF에 제공합니다. 아버지가 은행에서 빚을 내야 하는데 담보로 내 줄 게 없어 아들이 가진 자가용이라도 담보로 내 준 셈이지요. 이럴 때도 우리나라 회계기준상으로는 자회사가 동양에 담보를 제공한 사실을 주석에 기록해야 하지만, 이를 빠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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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골프회원권 가치도 떨어졌기 때문에 이는 자산의 가치를 재평가해 손상차손으로 기록해야 합니다. 갖고 있는 자산 가치가 예전보다 떨어져 손해를 봤으니 당기순이익도 그만큼 줄여야 했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아 이익을 부풀린 혐의가 있는 것입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이 같은 분식회계 혐의를 적발하고 지난 8월 동양과 등기임원 3명을 검찰 고발했습니다. 전 대표이사 등 5명도 검찰에 수사를 통보했습니다. 빗나간 ‘가족 사랑’의 결말은 어떻게 매듭지어질까요? 동양 사태 피해자들도 그 소식을 궁금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