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몇번 본사에 얘기를 했었죠. 본사는 그 돈을 전산투자비, 인건비 등에 쓴다더군요. 정확히 얼마나 받는지는 모르고요.” (서울 성동구 편의점주 B씨)
편의점 본사가 밴사에서 받는 매년 수백억원의 리베이트가 도마에 올랐다. 가맹점주들은 편의점 본사가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정확한 금액을 파악하지 못했다. 편의점 본사는 전산망 등의 시설투자비를 본사가 부담했기 때문에 밴사에서 받는 돈을 가맹점주에게 나눠줄 순 없다는 입장이다.
연간 500억원 이상 리베이트 받아
밴사는 고객의 결제정보를 모아 카드사에 주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회사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결제하면 건당 60~120원의 수수료 수입이 발생한다. 현금영수증도 마찬가지. 현금거래 정보를 국세청에 보내주고 건당 14~20원의 수수료를 챙긴다. 삼일PWC에 따르면 밴사들이 이렇게 벌어
편의점 본사는 2~3년에 한번씩 입찰을 통해 밴사를 선정한다. 입찰경쟁은 리베이트를 많이 주는 밴사가 선정되는 구조로 알려졌다. 이데일리가 파악한 결과, 지난해 편의점 본사가 밴사에서 받은 리베이트는 510억원에 달했다. CU와 세븐일레븐이 각각 160억원, GS25가 130억원, 미니스톱이 60억원이었다. 점포당 평균 200만원 가량의 리베이트가 발생한 셈이다.
카드수수료는 가맹점주가 부담
이러한 나눠내기로 편의점 본사가 지난해 카드사에 지급한 결제수수료는 200억원대 중반으로 추정된다. 카드수수료로 200억원을 내고 나중에 밴사로부터 500억원의 리베이트를 받는 요술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국세청에서 현금영수증 발행장려금으로 들어오는 돈이 많기 때문이다. 밴사는 국세청에 현금영수증사업자로 등록해 현금거래 정보를 보내주고 국세청에서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 수수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 편의점 본사에 리베이트를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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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본사는 리베이트로 받은 돈을 전산투자와 인건비 등에 사용한다. 하지만 받은 돈에 비해 쓰든 돈은 턱없이 적다. CU의 경우 최근 5년간 전산투자 등에 360억원을 사용했다. 매년 160억원을 받고 70억원 정도를 쓴 셈이다. 여기에 본사가 부담하는 카드 결제수수료 90억원 등을 더해도 편의점 본사는 사실상 공짜로 카드거래를 이용한다는 얘기가 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이 신용카드로 담배 한갑을 사도 받아주는 것은 본사 입장에선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라며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결제수수료만큼 본사가 특별이익을 챙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편의점 본사가 밴사로부터 막대한 리베이트를 받는다는 사실을 안 일부 가맹점주들은 카드수수료 인하나 가맹점주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한때 집단소송도 생각했지만 이 문제를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 포기했다”며 “리베이트로 받는 돈을 카드수수료 인하나 가맹점주에 대한 보상에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VAN사 선택권 없는 가맹점주
전문가들은 밴사 선정권한을 편의점 본사가 쥐고 있는데서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가맹점주의 밴사 선택권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본사가 정해준 밴사만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는 가맹점주들의 불이익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경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위원장은 “전산관리와 비용 등에 큰 문제가 없다면 가맹점주가 밴사를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협상력이 부족한 개별 가맹점주나 지역별 가맹점들을 본사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보완책을 마련하면 가맹점주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베이트=국내에선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 등에 이용하는 불법적인 거래를 통칭하지만 원래는 판매자의 수익 일부를 구매자에게 환불해주는 정상적인 가격경쟁 수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약서에 명시된 리베이트는 밴시장에서 일어나는 가격경쟁의 한 형태로 보고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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