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고객들의 대출채권을 무분별하게 대부업체 등에 매각하면서 저축은행 고객이 자신도 모르게 대부업체 고객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저축은행의 이 같은 행태는 불법은 아니지만 고객들 입장에선 자신도 모르게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방적 대출채권 매각...대형저축은행에도 일어나
12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대부업체에 매각된 저축은행의 정상 대출채권은 1406억 원에 달한다. 대부업체에 정상 대출채권(요주의 채권 포함)을 매각한 저축은행은 22개사로 이중 자산 1조원(6월말 기준)이 넘는 대형사도 7개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업계 5위인 OSB저축은행이 71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세종(190억원), 현대(153억원), 인성(93억원), 엠에스(58억원), BNK(50억원), 더케이(30억원) 등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대부업체에 대출채권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해당 고객에게는 양도사실조차 통보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대부업체의 불법채권추심을 척결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이달말 적용할 예정이다.
금감원 “일제 점검할 것”
저축은행은 지역 밀착금융기관이라는 취지에 따라 지역영업구역내 최소여신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서울과 경기 지역은 지역내 여신비율이 50%를, 나머지는 40%를 넘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 여신은 2014년6월 27조5000억원 수준이었으나 2015년 6월말 32조2000억원까지 늘어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정상채권을 넘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대출채권 매각행태를 일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연내 관련 규정을 개정, 저축은행이 원리금을 제대로 갚고 있는 정상 대출채권을 대부업체에 매각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방침이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채권방어 차원에서 최소한 내 채권이 있는지 알 수 없고 채권자(금융기관)에 기대했던 채권 추심의 강도가 갑자기 바뀌는 것은 문제”라며 “이 같은 행태는 금융기관들이 건전성 강화를 위해 부실채권을 털어내는 데만 초점을 맞추면서 소비자보호에 소홀했던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