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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서면서 반도체와 휴대전화를 무기로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라섰지만 ‘다음’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갤럭시 시리즈를 앞세워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지만 휴대전화만을 믿고 가기에는 지속성장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회장은 항상 ‘위기’를 강조하고 ‘다음’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삼성은 지난 2010년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하고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을 투자, 50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관련 시장은 성숙하지 않았고 글로벌 경기침체는 이어지면서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육성이 답이다
삼성그룹의 핵심은 단연 삼성전자(005930)다. 삼성전자의 성패가 곧 그룹의 성패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총매출은 380조원으로 이 가운데 53%인 201조원이 삼성전자가 거둔 실적이다.
때문에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생산능력에서는 자타공인 세계 최고수준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논할 때 삼성이라는 이름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례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스마트폰용 운영체제(OS) ‘바다’는 나래를 펼쳐보지 못하고 결국 인텔 등 글로벌 IT 기업들과 연합해 ‘타이젠’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게 됐다.
또 모바일 메신저 ‘챗온’ 역시 다른 IT기업들이 만든 메신저에 밀려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사업 강화를 미래비전으로 삼고 각종 육성방안을 마련 중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에 인문학적 감성을 접목시키기 위해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부터 인문학 전공자를 뽑아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키우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무선사업부가 전체 그룹 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에 대한 우려가 내부적으로도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지속적인 체질개선과 미래사업 육성을 통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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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선진기업들의 전철을 빠른 속도로 밟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을 펼쳤다. 이 가운데 일부 기업과 제품은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자리에 올랐다.
기존에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삼성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신태균 삼성인력개발원 부원장은 “삼성은 퍼스트 무버가 아닌 패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물론 빠른 속도로 발전해 후발 주자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 즉 창의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는 “올해까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영속하는 기업으로 남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삼성은 사내 통신망에 이스라엘을 배우기 위한 코너를 신설하고 본격 가동하고 있다. 800만명의 인구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매년 500개 이상의 벤처기업을 만드는 이스라엘의 문화를 배워 임직원들의 창의력을 고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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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제시한 5대 신수종 사업 가운데 어떤 사업이 삼성의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삼성의 신수종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다는 사실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최근 삼성 신수종 사업의 메카로 불리는 평택 고덕단지 부지 조성공사도 당초 계획보다 2년이 미뤄진 상태다. 삼성 관계자는 “부지조성공사가 늦어진만큼 전체 공사일정도 뒤로 미뤄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의 신수종 사업들이 이건희 회장 시대에 만개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의 신수종 사업과 경영권 승계를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며 “이 회장의 나이 등을 고려했을 때 이재용 부회장 시대에 신수종 사업이 본격화되고 만개하지 않겠는냐”고 전망했다.
이 부회장도 삼성전자에 몸을 담으면서 지속적으로 신사업과 관련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BMW와 지멘스 등 삼성의 신수종 사업과 연관된 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잇따라 회동하는 것도 반도체나 휴대전화 같은 현재의 주력사업보다는 신수종 사업을 대비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삼성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규모가 43조원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수종 사업에 대한 투자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삼성의 현금보유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다”면서도 “신수종 사업과 연관지어 생각하면 신수종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할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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