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알짜입지도 "안해요"…재건축 사업장, 시공사 선정 '진땀'

신반포2차, 한남5구역, 방배7구역 등 줄줄이 유찰
'한강변' '부촌' 입지도 치열한 수주 경쟁은 옛말
건설업계 "금리·공사비 여전히 높고 전망도 안좋아"
  • 등록 2024-11-06 오전 5:00:00

    수정 2024-11-06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인상 여파로 서울 핵심 입지의 재건축 사업지들도 시공사 선정에 진땀을 빼고 있다. 과거 치열한 수주전을 펼쳤던 건설사들이 이제는 경쟁 입찰을 최대한 피하고 리스크 등을 고려해 수주에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한강변 입지를 갖춘 알짜 사업지에서도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거나 1곳만 참여하면서 유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례로 최근 한남5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 DL이앤씨가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유찰됐다. 현행법상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시 참여한 시공사가 없거나 한 곳뿐이면 자동으로 유찰된다. 단 2회 이상 단독입찰로 유찰되면 시공사와 조합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일대에 공동주택 2592가구를 새로 짓는 이 사업은 총 공사비가 1조 7854억원에 달해 올해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힌다. 한강과 인접한 입지 등으로 사업성도 뛰어나 치열한 수주 경쟁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었지만, 결국 경쟁 입찰은 성립되지 않았다.

신반포2차 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을 진행한 가운데, 1차 입찰에 이어 이번에도 현대건설만 단독 참여면서 유찰됐다.

서초구 잠원동 일대에 2056가구를 조성하는 이 사업은 공사비가 1조 2831억원에 달하고 인근 래미안원베일리(35층)보다 높은 49층 랜드마크 아파트로 지어질 계획이다. 이에 현장설명회에는 주요 건설사 10곳이 참석하며 관심을 드러냈지만, 실제 입찰은 흥행하지 못했다.

‘강남 알짜부지’ ‘전통 부촌’으로 불리는 서초구 방배동도 시공사 구하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방배7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3번째 입찰 공고를 냈다. 방배동 부지에 316가구를 짓는 이 사업의 전체 공사비는 1772억 2500만원으로 평당 공사비는 980만원에 달한다.

특히 이곳은 서울지하철 7호선 내방역과 2호선 방배역이 가깝고 강남역으로 접근성도 좋다. 또 단독주택과 다세대·다가구주택 등 저층 주택가로 구성돼 있어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받았지만, 앞서 진행된 2차례 입찰에서는 건설사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 밖에도 용산 산호아파트 재건축, 송파 대림가락아파트 재건축, 중랑 상봉7구역 재개발 등도 거듭된 유찰 끝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하고 시공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수주에 조심스러운 것은 그간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세가 가파르고 고금리 현상도 장기화하면서 정비사업에 불리한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주요 사업장에서도 공사비 갈등이 계속 생겨나다 보니 시공사 선정 과정부터 이러한 리스크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애초 수주 가능성이 작거나 영업비 등의 출혈이 커 보이는 사업장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금리가 낮아지고 있더라도 이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공사비 역시 큰 폭의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건설경기가 금방 나아질 가능성은 작고 오히려 침체기가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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