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질린 뭉칫돈]⑤달러가치 치솟자…달러예금 밀물

  • 등록 2020-03-23 오전 6:00:00

    수정 2020-03-23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불안감으로 뭉칫돈이 갈 곳을 잃었지만, 달러에 투자하려는 흐름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원화 대비 달러값이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달러예금 잔액은 급증했다. 달러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19일 기준 430억9800만달러로 집계됐다. 달러예금은 이달 들어 400억달러 규모에 들어섰지만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달러 보유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한동안 감소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16일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달러예금은 16일 하루에만 8억6800만달러 늘었다. 원·달러 환율이 12~13일 25원 넘게 올라 달러 가치가 이미 높은 수준이었지만 달러예금은 증가한 것이다.

이어 17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17.5원 급등한 1243.5원으로 거래를 마치자 달러예금은 14억2400만달러 급증했다. 1243.5원은 지난 2010년 6월 11일(1246.1원)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당일 종가를 적용하면 원화로 1조7700억원어치 자금이 달러예금으로 몰려들은 셈이다.

달러예금은 이후에도 18일과 19일 각각 3억9000만달러와 3억9500만달러 증가했다. 16일부터 19일까지 4일간 증가한 달러예금은 30억7700만달러에 이른다.

달러 사재기는 개인과 기업을 가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달러값이 계속 오를 거라는 기대 또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추격 매수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다. 환율이 이미 높은 수준이고 변동성이 심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체결된 6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도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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