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블록체인 탐방]신용카드로 긁으면 `결제 끝`…화폐가 된 암호화폐

25편. 브릴리언츠 <上> 첫 암호화폐 실물카드 `퓨즈엑스`
신용카드와 똑같은 하드웨어 갖춘 퓨즈엑스 카드 개발
자체 거래소 활용해 가맹점에는 법정화폐로 거래 정산
"암호화폐 보유자 30%에 보급"…FXT토큰 활용도 높여
  • 등록 2018-10-30 오전 6:21:00

    수정 2018-10-30 오전 7:19:03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베일 속의 인물이 비트코인 백서(whitepaper)를 세상에 내놓은 지도 벌써 10돌째를 맞이 하고 있지만, 암호화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실생활에서 이를 활용해 제품과 서비스 대금을 지급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고 불편하다. 또 제품 구매나 자금 이체, 환전 등이 느리고 불안정한 탓에 암호화폐는 그 이름과 달리 제한적으로도 화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과 전통 기업들은 암호화폐의 실제 사용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에 나서고 있고 그 결과물로 다양한 디지털 월렛과 선불카드 솔루션 등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널리 통용되기에는 갈 길이 너무 먼 상황이다.

신용카드와 똑같은 퓨즈엑스 카드…가맹점에도 법정화폐로 정산

`기존 결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결제가 가능하도록(Pay anytime, anywhere using existing payment networks)` 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국내 대표 핀테크 기업인 브릴리언츠(BrilliantTS)가 추진하는 퓨즈엑스(FuzeX)는 이같은 암호화폐 사용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섰다. 법정화폐와 리워드는 물론 암호화폐까지도 사용자와 가맹점이 안전하고 신뢰하며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브릴리언츠는 지난 2012년 설립돼 스마트TV와 리모컨, OTT박스, 웨어러블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펌웨어를 직접 개발한 기업이다. 그리고 지난 2015년부터는 스마트 카드(smart card)에 뛰어 들어 기존 신용카드, 체크카드와 동일한 0.84밀리미터(mm) 두께인 퓨즈카드를 직접 개발했다.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암호화폐를 일반 신용카드와 동일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암호화폐공개(ICO) 프로젝트가 바로 퓨즈엑스다. 퓨즈카드는 이미 국내외에서 그 기술력과 시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인디고고에서 25억원 이상의 자금 모집에 성공했는데 이는 역대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상위 0.01%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국내에서도 KTB네트워크와 KDB산업은행, LB인베스트먼트 등 굴지의 기관투자가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지불결제분야는 사용자 학습과 가맹점 직원의 인지, 결제인프라 구축과 같은 요소들이 전제돼야만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데, 퓨즈엑스는 이 모두를 갖추고 있다. 일단 퓨즈엑스 카드는 최대 30장에 이르는 신용·직불·리워드 카드를 한 장에 담을 수 있고, EMV칩과 E페이퍼 디스플레이, 입력·옵션 버튼, 충전용 배터리와 터미널을 갖춰 암호화폐를 카드에 담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배재훈 브릴리언츠·퓨즈엑스 대표는 “이미 퓨즈엑스 카드 개발은 마쳤고 기존 카드 브랜드로부터 빈(bin) 넘버 발급만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퓨즈엑스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세계 어디에서나 언제든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를 사용해 자유롭게 해당 국가 법정화폐로 결제할 수 있고 ATM에서 현지 화폐로 출금할 수 있다는 점이다. 퓨즈엑스가 활성화된다면 앞으로는 해외여행 때 환전할 필요 없이 퓨즈엑스 카드만 준비하면 된다는 뜻이다.

특히 가맹점들이 암호화폐 결제를 꺼리는 점을 감안해 가맹점에는 법정화폐로 정산해준다. 이는 다수 코인과 토큰을 보유한 퓨즈엑스 거래소를 통해 실시간으로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환전해 가맹점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만큼 가맹점 입장에서는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과 전혀 차이를 느낄 수 없게 된다.
퓨즈엑스 실물카드


FXT 토큰 활용도 높인다…“암호화폐 보유인구 30%에 카드 보급”

퓨즈엑스는 올 2월 중순에 이미 ICO를 마쳤다. 당초 8만이더(ETH)를 조달할 계획이었다가 이더리움 가격이 하락하자 투자자 보호를 위해 4만이더에서 조기에 마감했다. 프리ICO로만 마감한 탓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퍼블릭 세일은 하지도 않았다. 퓨즈엑스가 발행한 자체 토큰인 FXT는 현재 코인엑스와 코인후드, 코인베네 등 해외 거래소에 주로 상장돼 있다. 퓨즈엑스 카드는 FXT 토큰을 최우선으로 하되 비트코인캐시, 이더리움, 리플, 퀀텀 등과 같은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고 향후 좋은 코인을 결제대상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FXT 토큰은 퓨즈엑스 생태계 참가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가맹점과 파트너사, 사용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플랫폼을 만드는데 윤활유 역할을 한다. FXT는 초기에 퓨즈엑스 카드를 구입하고 카드 연회비를 지불하는 한편 카드 사용한도를 정하는데 기준으로 삼는 용도로 활용된다. 또 FXT로 결제하면 수수료를 더 할인받을 수도 있다. 그러다 공동 브랜딩에 나서는 파트너사와의 통합 플랫폼으로 확정되면 FXT는 각 서비스를 연결하는 토큰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하며 FXT 토큰을 파트너사 토큰으로 바꿔 여행과 숙박, 의료, 법률, 쿠폰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배 대표는 “현재 시장에 풀린 FXT 토큰이 7억개인데 만약 퓨즈엑스 카드 사용자가 1000만명까지만 늘어나면 토큰이 다 사라질 것이고 가치는 크게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엔 퓨즈엑스 카드 활용을 늘리는 게 이 프로젝트는 물론 확장된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느냐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배 대표는 “퓨즈엑스는 기본적으로 암호화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카드”라며 “그러나 다른 프로젝트와 달리 퓨즈엑스 카드는 코인을 미리 환전해둘 필요없이 좋은 환율을 가진 코인을 택해서 실시간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암호화폐를 가지고 있도록 하는 유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 국내에서 암호화폐를 소유하고 있는 인구의 30%에 퓨즈엑스 카드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는 “카드 하드웨어 가격이 아직은 조금 비싸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유저가 더 늘어나면 자체 네트워킹 망을 사용함으로써 가격을 저렴하게 낮춰 더 많은 분들이 쉽게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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