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 차지마라]'굶어죽으나 얼어죽으나'…밥만큼 소중한 연탄

매년 저소득층 5만 가구에 연탄 나눔 온정
최순실, 김영란법 영향으로 연탄 기부 예년보다 30% 급감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 "정부 에너지 정책은 낙제점"
  • 등록 2016-12-23 오전 6:30:00

    수정 2016-12-23 오전 8:49:36

(사진=밥상공동체 연탄은행)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450만장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네요.”

연탄봉사단체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의 허기복(60·사진)대표는 “부패방지법(김영란법) 적용이 아직 모호해 한번에 1만~5만장씩 기부하던 기업들의 손길이 크게 줄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허 대표가 연탄은행을 설립한 것은 지난 2002년이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밥상공동체를 설립해 무료 급식 봉사를 해오던 그는 당시 장당 230원인 연탄 한장 구하기 힘들어 냉골인 방에서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을 돕기 위해 연탄봉사도 함께 하게 됐다. 굶어 죽는 사람을 구하려다 얼어 죽는 사람도 함께 돕게 된 것이다.

현재는 서울 본부를 포함해 전국에 총 31개 지부를 두고 매년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저소득층 5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연탄봉사에 나선다.

허 대표는 “한겨울 얼음장 같이 차가운 방에서 지내시는 구순(九旬)의 할머니를 뵙고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그때부터 연탄을 이웃과 나눠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어려운 경제 여건 탓인지 올해 들어 연탄 기부가 눈에 띄게 줄어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 ‘최순실 게이트’에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리면서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연탄은행은 매해 약 450만장 정도의 연탄을 기부받는다. 가격은 장당 600원 선이다. 절반은 개인독지가들이, 나머지 절반은 기업들이 기부자다. 올해에는 기업기부가 줄어든 탓에 여지껏 기부받은 연탄이 300만장 뿐이다. 허 대표는 “개인 기부와 연탄 배달을 함께 하는 자원봉사자는 평년 수준인 3만~3만 5000여명과 큰 차이가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허 대표는 지난 10월 정부가 7년 만에 연탄 가격을 인상한 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정부가 석탄 생산량을 감축하고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공해물질를 많이 배출하는 연탄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거다”라며 “연탄을 쓰는 사람들도 연탄이 좋아서가 아니라 금전적 여건이 안 돼서인데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의 20점이라고 했다. 낙제점이다.

“겨울을 나려면 적어도 연탄 1000장 이상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정부가빈곤층에 제공하는 연탄 쿠폰은 300~400장에 불과합니다.”

(사진=밥상공동체 연탄은행)
(사진=밥상공동체 연탄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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