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보여준 신약 개발 모범답안

복제약·개량신약 개발로 합성기술 축적
시장 환경에 맞춰 유동적인 영업전략으로 R&D 자금 확보
다국적제약사 제휴로 신약 기술 시장성 높여
  • 등록 2015-11-13 오전 7:32:00

    수정 2015-11-13 오전 9:13:11

한미약품 연구센터 전경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는 최근 잇따른 신약 수출 성과에 대해 “운이 많이 따랐다”고 했다. 하지만 철저히 계획된 시나리오와 축적된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는 평가다.

2000년대 이후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최초’라는 단어를 항상 달고 다녔다. 한미약품은 2004년 당시 국내에서만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 중인 고혈압치료제 ‘노바스크’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했다. 노바스크는 ‘암로디핀’이라는 주 성분에 ‘베실산’이라는 보조 성분이 붙어있다. 한미약품은 이 ‘베실산’을 ‘캄실산’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특허를 회피, 제네릭보다 시장에 먼저 진출했다. 암로디핀은 연간 500억원대 매출을 가져왔고 당시 국내 제약사중 매출 5위권 밖에 있던 한미약품을 매출 2위까지 끌어올렸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이후 국내사들의 적극적인 특허전략으로 제네릭의 진출 시기가 앞당겨지자 한미약품은 복합제 시장을 두드렸다. 2009년 두 개의 고혈압약 성분(암로디핀+로잘탄)을 결합한 ‘아모잘탄’을 내놓으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아모잘탄 역시 출시 2년만에 매출 500억원을 돌파하며 한미약품 실적증대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한미약품은 2013년 최초의 고혈압약·고지혈증약 복합제 ‘로벨리토’를 개발하며 복합제 시장의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다양한 제형을 개발하면서 한미약품의 합성기술 수준도 높아졌다.

일찌감치 글로벌 업체와 손잡은 것도 해외시장 동향을 읽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 한미약품은 로벨리토를 개발하면서 사노피와 손잡았다.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도 복합제 개발을 시도한 적도 있다. 아모잘탄은 미국 머크와 국내에서 공동으로 판매했다. 머크와의 협력 관계를 통해 아모잘탄은 국산 개량신약 최초로 해외시장에도 진출했다.

한 한미약품 전직 임원은 “한미약품이 다국적제약사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신약 개발에 대한 조언도 많이 받으면서 기술력은 물론 신약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고 말했다.

R&D 자금을 마련해준 영업에서도 한미약품은 늘 다른 제약사를 앞서 나갔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되자 약국에서는 더이상 전문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게 됐다. 당시 제약사들이 새로운 영업방식을 고민할 당시 한미약품은 집중적으로 의원급 시장을 공략하면서 매출 급성장세를 이뤄냈다. 이후에도 한미약품은 시장 환경이 변할 때마다 영업전략을 개편하면서 종합병원, 의원급, 약국 시장을 절묘하게 공략했다.

한미약품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지난 2009년 R&D 파이프라인을 재편하면서 신약과 복합제에만 집중하고 제네릭과 단순 개량신약 개발은 전면 중단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신약을 모두 모니터링하고 항암제, 면역질환 등 시장성이 높은 분야를 집중적으로 두드렸다.

이관순 대표는 “신약도 너무 다양한 분야를 시도하기 보다는 시장성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한미약품의 집념은 총 6조원의 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완성했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짧은 반감기를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로 투여 횟수 및 투여량을 감소시켜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은 개선하는 기술이다. 기존에 없는 새로운 신약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의약품에 새로운 기술을 탑재하면서 글로벌제약사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냈다.

사노피와 얀센 모두 기존 시장을 방어할 만한 새로운 당뇨치료제가 절실한 상황에서 한미약품이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내자 앞다퉈 계약을 추진했고 계약 규모도 천문학적으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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