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잡자고‥' 의약품 부작용 조사 제한 논란

식약처, '시판 후 조사' 많이 진행한 제품 행정처분 검토
'리베이트 규제로 건수 제한 규정' 적용..부작용 점검 위축 지적
  • 등록 2013-04-10 오전 8:45:29

    수정 2013-04-10 오전 8:45:29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보건당국이 의약계 불법 리베이트를 차단한다는 목적으로 신약에 대한 부작용 조사를 제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당국은 부작용 조사가 리베이트의 창구로 악용된다고 보고 제한 규정을 뒀으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에 국민들이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의 부작용을 점검하는 ‘시판 후 조사’를 많이 진행한 신약과 개량신약 5~6개 품목에 대해 리베이트 혐의로 행정처분을 검토중이다.

시판 후 조사란 신약을 발매한 제약사가 이 약을 복용한 환자들에게서 발생한 부작용을 조사하는 제도를 말한다. 식약처 규정에 따르면 신약은 발매 후 6년내 3000명 이상, 개량신약은 4년내 600명 이상을 대상으로 부작용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시판 후 조사는 제약사가 의사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조사를 의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2010년말 보건복지부는 신약 3000명, 개량신약 600명을 초과하는 부작용 조사에 참여하는 의사에게 사례비를 지급하면 리베이트로 간주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똑같은 ‘3000명·600명’ 기준이지만 식약처의 규정과는 상반되는 내용을 담은 것.

이처럼 ‘따로 노는’ 보건당국 행정에 업계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특히 신약의 부작용 조사를 제한하게 되면서 신약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화이자의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의 경우 87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판 후 조사 결과 579명에서 홍조, 두통, 소화불량증, 현기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허가사항에 추가됐다. 릴리의 ‘시알리스’는 국내 발매 이후 1만500명을 대상으로 부작용을 조사한 결과 414명의 환자에서 근육병, 안면부종 등의 부작용이 발견됐다.

이들 제품이 정부가 규제하는 3000명을 대상으로만 시판 후 조사를 실시했다면 추가로 발견된 부작용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경숙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신약이 발매되면 안전관리를 위한 부작용 검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부작용 모니터링을 제한하게 되면 환자들이 약물 복용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에 식약처가 행정처분을 검토중인 제품도 시판 후 조사를 진행한 환자가 최소 건수를 초과한 사례다. 식약처는 이들 제품이 의사들에게 처방 대가로 하는 리베이트 목적으로 시판 후 조사를 악용한 정황을 찾지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관련 규정에 따라 단순히 시판 후 조사를 활발하게 진행했다는 이유로 리베이트 혐의로 행정처분 검토에 착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판 후 조사 건수 제한 규정에 따라 사전에 의뢰했던 부작용 조사 계획을 부득이하게 취소하는 등 의약품 안전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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