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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성(性) 표현의 금기'가 더 많이 깨지게 됐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강력한 사전심의 도구였던 '제한상영가' 등급이 최근 대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대법원 제3부는 미국영화 '숏버스(Shortbus)'의 수입사가 "'제한상영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영등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영화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작년 7월 '제한상영가' 등급을 규정한 영화진흥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올해 말까지 법 개정을 권고했다.
'제한상영가'는 실질적 상영금지에 해당하는 등급으로, 이 등급이 취소됨에 따라 '숏버스'는 극장 개봉이 가능해졌다. 이 영화는 집단성교와 자위 등 노골적인 섹스신을 배우들이 실제 행위를 하며 찍은 작품.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으며 평단으로부터 예술성을 인정받은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수입한 스폰지ENT 조성규 대표는 22일 "영화에 대한 판단은 개개의 성인들이 해야 하며 국가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라며 "조만간 재심의 신청을 해서 새로 등급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영화의 성 표현 수위는 정부 사전심의기관과 끊임없이 부딪치며 조금씩 높아져왔다. 1956년 영화 '자유부인'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처음 스크린에 올렸고, '애마부인(1982)'은 에로영화 시대를 열었다. '거짓말(1999)'은 여고생과 유부남의 도착적 성행위를 그렸다. 1950년대 문교부가 맡았던 사전심의는 공연윤리위원회 시대를 거쳐 99년부터 영등위가 담당해왔다. '제한상영가' 등급이 사라지면 음란물 판정은 영화 개봉 후 검찰과 법원 몫이 된다.
영화계는 이번 판결을 반기는 분위기다. 영화사 봄 조광희 대표는 "극장영화는 TV와 달리 관객이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며 "인터넷에 성인물이 무방비로 범람하는 시대에 극장영화를 '제한상영' 등급으로 규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영등위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제한상영가'를 '제한관람가'로 바꾸는 법 개정을 진행 중이다. 지명혁 위원장은 "'청소년관람불가'와 음란물 사이에 1개 등급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숏버스' 같은 영화가 일반 상영되면 도덕적 혼란이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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