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택배일 돕던 중학생 ‘사망’…그날 교차로엔 무슨 일이?

지난해 6월 원주 광터교차로 사고
과속 차량에 중학생 참변…엄마는 부상
사고 당시 신호등 고장난 상황
  • 등록 2024-05-02 오전 7:01:24

    수정 2024-05-02 오전 7:01:24

지난해 6월 5일 오전 6시40분께 원주시 흥업면 사제리 광터교차로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재량휴업일에 엄마의 택배 배송일을 도우려 나섰던 중학생이 과속·신호위반 차량과 충돌해 숨졌다. 법원은 가해 운전자에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일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박현진 부장판사)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A씨(64·여)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피고인과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사건은 1심으로 종결됐다.

재판부는 “신호와 제한속도를 위반한 과실로 너무나 중대하고 회복 불가능한 사고가 났다”면서도 “당시 피해 차량인 화물차 진행 방향 신호기의 고장이 아니었다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사고가 난 교차로의 신호등이 고장났고, 만약 신호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직좌 신호에 따라 좌회전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는 것이다.

사고는 지난해 6월 5일 오전 6시39분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사제리 광터교차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아들은 재량휴업일에 엄마의 택배 배달일을 도우려 엄마가 운전하는 봉고 1t 화물차 조수석에 타고 있었다.

교차로에서 광터 방면으로 좌회전하던 화물차는 황색신호에 제한속도를 18㎞나 초과한 시속 98㎞로 문막 방면으로 직진하는 A씨의 승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들이 숨지고 엄마는 32주간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다.

수사기관은 황색신호로 변경됐음에도 제한속도를 위반한 채 그대로 교차로에 진입하고 전방 주시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충돌사고를 일으킨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CCTV를 비롯한 영상 감식 결과를 통해 안타까운 사실을 확인했다. 사고 교차로에 설치된 4색 신호등 중 직진 신호 이후 직좌 동시 신호 때 정작 좌회전 신호(←)는 점등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좌회전 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화물차는 직좌 동시 신호를 두 차례 거르며 8분가량 정차해 있었고, 세 번째 시도 끝에 정상적으로 좌회전하다 A씨의 신호 위반 차량과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경찰은 사고 사흘 전 관리 주체인 원주시청에 해당 신호등이 고장 났다는 신고가 접수된 사실을 확인했다. 시 역시 곧바로 교통신호기 유지 보수업체를 보냈지만, 업체가 점검할 당시에는 고장이라고 판단할 수 없어 별다른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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