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버튼 누르자 5초만에 8m '쑥'…'플라잉카' 직접 타보니

[신정은의 중국기업 탐방기]⑨후이톈(HEITECH)
2016년 개발…2018년 6월 첫 유행 비행 성공
배터리 교체 방식으로 한번에 25분 주행 가능
자오더리 CEO "내년 한국서 제품 선보이고 싶다"
  • 등록 2020-08-03 오전 5:05:00

    수정 2020-08-03 오전 5:05:00

자오더리(왼쪽) 후이톈 CEO가 T1 작동법을 알려주고 있다.
[선전(광둥성) 글·사진=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비행기 조종사가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앞에 있는 디스플레이에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입력하기만 하면 됩니다.”

중국 ‘스타트업의 성지’로 불리며 수많은 글로벌 기업을 탄생시킨 광둥성 선전시. 시내에서 북쪽으로 60㎞ 떨어진 곳에는 후이톈(匯天·HEITECH) 시험 비행장이 있다. 축구장 3개 크기인 2만㎡ 넓이의 비행장에는 드론을 확대해 놓은 것 같은 후이톈사의 개인용 비행체(PAV) T1이 놓여 있었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등장한 미래형 헬리콥터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옆에는 오토바이 모양의 2인용 비행체인 ‘A2기’도 보였다.

배터리 교체 방식으로 한번에 25분 주행

후이톈사의 PAV는 전동 수직 이착륙기(eVTOL)이자 자율주행 비행기(AAV·Autonomus Aerial Vehicle)다. 탑승객이 운전을 할 수 없어도 목적지만 설정하면 하늘을 날아 이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1인용인 T1은 자율 주행 테스트가 한창이어서 현재 개발 중인 2인용 비행용 오토바이 A2를 타보기로 했다. 아직까지 소프트웨어와 뼈대만 완성된 형태지만 비행은 충분히 가능했다. 후이톈사에서 보여준 A2의 완성형 모델은(아래 사진)은 프로팰러가 접히면서 차제가 줄어드는, 우리가 영화속에서 접하던 모습 그대로였다.

비행용 오토바이 A2의 랜더링(rendering). 사진=후이톈 제공
자오더리(趙德力) 후이톈 창업자 겸 CEO가 앞자리에 타고, 기자는 뒷자리에 올랐다. 자동차를 타는 것처럼 별다른 장비도 없이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자오 CEO가 계기판의 버튼을 누르자 비행체에서는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3초 가량 뒤 프로펠러가 고속회전하면서 기체는 곧바로 상공 8m 이상 높이로 떠올랐다. 40도를 넘나드는 날씨였지만 하늘 위는 선선했다. 걱정했던 흔들림도 없었고 코너링도 굉장히 안정적이었다. 이륙도 착륙도 충격 없이 깔끔했다.

후이톈이 개발 중인 A2와 T1은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어 차체 충전이 필요없으며 한번 배터리를 갈아 끼우면 최대 25분 주행이 가능하다. 두 명이 탑승한 채 최고 시속 82㎞/h, 높이 120m까지 날 수 있다. 후이톈은 지금까지 20대를 주문을 받아 제작 중이다. 이르면 올해 9월부터 중국 청두의 한 관광지에서 실제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후이톈이 개발 중인 2인용 전동 수직 이착륙(eVTOL)인 A2가 비행장을 날고 있다.


수십번 추락 끝에 비행성공…“韓기업과 협력 원해”

후이톈은 지난해 6월엔 상하이 국제 영화제의 ‘성룡 액션 주간’ 섹션에 등장해 수많은 스타들과 6만명의 관중들 앞에 섰다. 작년 9월 알리바바그룹의 ‘타오바오 메이커 패스티벌’ 초청돼 마윈 앞에서 T1의 비행 모습을 공개했다. 안젤라 베이비 등 유명 배우와 가수들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은 물론 신화통신, BBC, SCMP 다양한 매체에 소개돼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대표적인 PAV기업이다.

“유인 비행에 성공하고 대중 앞에 공개하기까지 많은 실패가 있었습니다. 1500번이 넘는 시험 비행을 하고, 수십번 추락했지만 멈추지 않았죠. PAV 개발의 길은 아이들이 걸음마를 하는 것처럼 넘어지고 다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자오더리 CEO는 “2018년 처음 대중 앞에서 비행했을 때 그동안 노력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 정말 펑펑 울었다”고 돌이켰다.

후이톈사는 2013년 드론 개발을 시작으로 2016년 PAV 개발에 뛰어들었고, 2년 후인 2018년 6월 처음으로 유인 비행을 선보였다. 자오더리 CEO와 동업자 2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한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 공부한 설계사들과 보잉에서 근무한 항공 전문가 등을 영입해 현재 40여명이 근무 중이다.

자오 CEO는 “PAV는 이제 막 태동하는 시장”이라며 “앞으로 2인용, 4인용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사람들의 이동 편리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후이톈이 처음으로 시험 비행했던 초창기 모델 모습.
중국에서 유인 전동 수직 이착륙기(eVTOL) PAV 비행에 성공한 기업은 이항(Ehang·億航智能)과 후이톈이 유일하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중국정부 주재로 열린 UAM 산업 관련 간담회에도 두 회사가 유일하게 참석했다. 이항은 후이톈 보다 한발 먼저 세계 무대에 등장했고, 지난해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했다.

자오 CEO는 “이항은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라며 “한 회사 혼자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과학 첨단 분야에서 앞서고 있으며 중국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내년에는 한국에서도 우리 제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자동차 회사, 항공 산업 전문가 등과 협력하길 희망한다”며 “시진핑 주석이 ‘인류 공동체’를 강조하듯 함께 협력해서 미래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을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고, 일반 국민도 PAV를 타는 날을 만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홍콩배우 성룡(왼쪽)이 전동 수직 이착륙(eVTOL) 초기 모델을 타고 ‘성룡 액션 주간’ 무대에 나타난 자오더리 후이톈 CEO를 향해 엄지를 들고 있다. (사진=CCTV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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