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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본사 사옥 매입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2007년 LG카드를 인수·합병하고 통합 법인으로 출범한 이래 첫 보금자리 마련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안팎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최근 서울 을지로 본사 사무실 임대차 계약 재협상 시점을 맞아 건물 통 매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매입가는 6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현재 신한카드 본사는 서울 중구 을지로 파인에비뉴 A동에 입주해 있다. 두산중공업이 시공해 2011년 준공된 이 건물은 지하 6층~지상 25층짜리 연면적 6만5775㎡(약 1만9897평) 규모 대형 오피스 건물이다. 을지로2가 사거리와 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에 초인접해 있다. 현재 이 건물의 소유주는 중동 국가 아제르바이잔 국부펀드(국영 석유기금)인 소파즈(SOFAZ)다. 앞서 2011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사모펀드를 조성해 A동을 3400억원에 매입했고 2014년 소파즈에 4775억원에 매각했다.
신한카드는 소파즈와 최초 계약 당시 ‘콜옵션’(계약 만기일 또는 이전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 조건을 뒀다. 재협상 기간은 올 6월부터 2021년 3월까지로 이 기간 중 신한카드는 콜옵션 행사를 통해 해당 건물을 우선 매입할 수 있다. 매입을 포기할 경우 재협상 기간 종료일로부터 최장 2년을 더한 2023년 3월까지 임대차 계약을 연장해 더 머물 수 있다.
신한카드의 콜옵션 행사가격은 평(3.3㎡)당 3000만원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 연면적이 6만5775㎡(약 1만9897평)인 만큼 콜옵션 행사를 통한 매입가는 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당장 거액의 매입가가 부담스럽다면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펀딩하는 방법도 있다.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도 신한카드의 사옥 매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그룹 부동산사업라인 협의체’ 발족을 통해 그룹 내 부동산 전략 방향을 정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용병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지주 경영진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모두가 부동산전략위원회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지난 8월쯤부터 협의체를 통해 신한카드의 사옥 관련 논의가 이뤄졌고 다양한 방법론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행사 하나 진행하려 해도 내 건물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신한카드는 사옥 매입을 매우 원하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금액적 부담도 있는 만큼 신한지주 차원에서는 ‘불황기에 굳이 무리해서 건물을 매입할 필요가 있나’는 입장으로 기존 계약 연장 또는 리츠 등 다른 가능성들도 열어두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