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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짜리 짧은 음식 영상으로 플랫폼 사업을 키워낸 이문주(33) 쿠캣 대표는 그동안 쌓아 온 구독자 수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근 식품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꼬막장’, ‘딱새우장’ 등 쿠캣의 자체 브랜드(PB) 메뉴들은 지난겨울 월 3억원이 넘는 판매고를 올린 히어로 제품이다. ‘한국판 악마의 잼’으로 유명한 발라즈 스프레드는 대만·싱가포르·몽골·태국 등 아시아 국가로 수출되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만난 이 대표는 “감각적인 음식 동영상을 활용해 사업을 확장해나가다 보니 젊은 세대들이 저렴하지만 특별하고,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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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컴퍼니 쿠캣의 시작점은 ‘오늘 뭐 먹지?’라는 ‘먹방(먹는 방송)’ 커뮤니티의 사업화였다. 이 대표가 고려대 재학시절 창업한 ‘모두의 지도’와 파워블로거 출신 윤치훈 그리드잇 대표(현 쿠캣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만든 ‘오늘 뭐먹지?’가 합쳐져 탄생한 것이 지금의 쿠캣이다.
당시 오늘 뭐먹지?는 페이스북 페이지 형태로 ‘까르보불닭’(조회수 2100만 회) 등 다양한 음식 조리 동영상을 통해 먹방 계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광고 수익에 그칠 뿐 사업을 확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대표의 모두의 지도는 원하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알맞은 카페, 음식점 등을 추천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수익 모델이 없었다. ‘음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던 이 대표와 윤 대표는 2015년 투자자 멘토링 모임에서 만나 서로의 고민을 나누다가 의기투합하게 됐다. 오늘 뭐먹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력과 이 대표의 식품 사업 아이디어가 만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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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캣은 SNS에서 영향력이 커지자 이를 기반으로 맛집 광고부터 가정간편식(HMR) 등 상품을 도매로 구매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유통 채널로 사업을 키웠다. ‘오먹상점’이 대표적이다. 오먹상점은 지난 2017년 10월 선보여진 ‘2030세대를 위한 소비자 취향저격 쇼핑’ 콘셉트의 온라인 식품 쇼핑몰로, SNS에서 화제가 되는 트렌디한 음식을 판매해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단순히 유통 마진을 남기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지난 5월 오먹상점을 ‘쿠캣마켓’으로 리뉴얼(새단장)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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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쿠캣은 지난 2015년 창업 당시 연매출 2억7000만원에서 창업 4년 만인 올해 약 18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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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캣의 최대 장점은 밀레니얼 세대들의 입맛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쿠캣을 창업할 당시부터 콘텐츠 영향력을 간파했다. 레시피 동영상 등을 통해 구독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제품화했을 때 구매까지 이어질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아이템들만 PB 상품으로 내놨다.
특히 콘텐츠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약 70여명의 직원들 가운데 콘텐츠 크리에이터만 40명이 넘는다. 방송국 PD 출신과 푸드스타일리스트 등 10명 이상이 음식 콘텐츠 제작에 참여해 감각적인 영상을 뽑아낸다.
쿠캣의 경쟁력을 알아본 대기업들도 투자와 협업을 제안해 오고 있다. 최근 GS홈쇼핑으로부터 100억 원대의 투자를 받았고, CJ그룹도 쿠캣의 주주사 중 하나다. 삼양식품의 신제품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쿠캣마켓 오프라인 매장은 지난 3월 말부터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운영하고 있다. 매달 5~10개의 신제품을 선보이며 시식행사를 진행, 온라인 구독자를 오프라인 소비자로 사로잡는 ‘시그니처 매장’ 역할을 한다.
쿠캣은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도 저격하고 있다. 올해 베트남 지사를 설립한 뒤 동남아시아 시장부터 개척해나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쿠캣은 앞으로도 즐거운 콘텐츠로 글로벌 유저들을 많이 모아 세계시장에 한국 음식을 알리고 중소 제조업체들을 인큐베이팅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젊은 세대들의 음식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며 코스트코처럼 푸드 큐레이션을 통해 식품업계의 세대교체를 이뤄낼 수 있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