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서울시 공립보육시설 302개의 기적

  • 등록 2016-12-09 오전 6:59:50

    수정 2016-12-09 오전 6:59:50

서울시는 12월 7일에 올해 8번째의 국공립보육시설확충심의위원회 회의를 거쳐 올해 총 302개의 국공립보육시설을 확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올해 서울시 목표인 300개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300’이라는 숫자는 어떤 의미일까? 2015년까지 서울시의 국공립보육시설은 922개였다. 올 한해 동안에 서울 전체 국공립보육시설의 33%나 되는 어린이집을 추가로 늘린 것이다.

2015년에 전국의 국공립보육시설이 2629개였는데 그 수의 11%에 해당한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놀라움 뒤에 느끼는 것은 의문이다. 1991년 영유아보육법 제정이후 지난 26년 동안 전국의 국공립보육시설은 연평균 87개씩 증가했다.

정부가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그토록 바랬던 국공립보육시설 확충과 누리과정 예산 등 공보육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지 의문스럽다. 서울시의 300개소 확충 목표는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이었고, 302개소 확충 결정은 도전에 대한 성과이다.

그동안 중앙정부는 왜 안 해 온 것인가? 2015년 현재 전국의 보육시설 4만2517개소 중 6.2%(2629개)만이 국공립시설이다.

제도 초기에는 보육시설 수를 빨리 늘리려고 민간부문 진입에만 신경 썼고, 2010년도 이후에는 이미 보육시설이 많다고 국공립시설 확충에 별 관심이 없었다.

국공립보육시설을 확충하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재정부담을 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지원예산은 2015년 기준 최대 2억5000만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하나 짓는데 20억원 이상 들기도 한다. 수도권이 아니더라도 수 억원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지방정부가 비용을 감당할 재정능력이 되지 않는다.

한 두 개도 아니고 수백 개 확충 예산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또한 민간 지배적인 보육현장에서 민간보육시설과 가정보육시설의 반대 때문에 국공립보육시설 설치는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시가 정부가 안하고, 못한 일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까지 서울시에서는 서울형어린이집이라는 민간어린이집 지원정책을 핵심적으로 추진한 반면 박원순시장은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을 핵심정책으로 추진 중이다. 2011년 전임시장 마지막 해에 국공립보육시설이 15개 증가한 것(총 658개)에 비해 2012~2014년 3년 동안에는 평균 62개씩 증가했다(2014년 총 844개).

2014년 말, 서울시는 ‘국공립어린이집 1000개소 확충계획(2015~2018)’을 발표한다. 2015년 150개소, 2016년 300개소, 2017년 300개소, 그리고 마지막 해에 250개소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목표는 국공립시설 비율을 10.8%(2011)에서 28%(2018)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전문가들과 사회단체가 국공립시설 확충 30%를 끊임없이 주장했지만, 어떤 정부도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한국의 현실에서 도달할 수 없는 불가능의 목표라 인식하거나 아예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서울시는 과감하게 1000개 확충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서울시의회는 한 해 1662억원(2016년)이나 되는 재정투입을 결정했다. 이에 자치구가 함께 뛰었고, 민간기관들과 민간부문 어린이집들이 사업에 동참했다. 서울시민들의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요구가 수용된 것이다. 이러한 서울시의 도전은, 국공립시설 확충에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이었던 ‘예산’ 확충 문제를 서울시의회가 해결함으로써 가능했다.

최근 국회는 무상보육을 위한 누리과정 예산을 반쪽만 통과시켰다.서울시의회의 활동과 대비된다. 2017년, 서울시의 300개 확충 목표가 다시 시작된다. 다시 한 번 서울시와 자치구, 서울시 의회, 서울시 기관들과 시민들의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연주를 기대한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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